음식 찌꺼기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손바닥만한 뒷터가 놀고 있기도 하여 봄이 되면서부터 병아리 다섯 마리를 사다 길렀다. 그런데 1주일쯤 지나자 꾸벅꾸벅 졸면서 먹이를 주어도 본체만체 하던 네 마리가 하루걸러 하나씩 죽어버렸다. 다음 날 닭 장사에게 다시 가서 똘똘해 보이는 녀석으로 세 마리를 넘겨받았다.

한 번 죽인 경험이 있는 터라 그날부터 병아리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달려가 살아 있나 살펴보고 물도 떠다 주고 먹이도 넣어주었는데 가만히 보니 이 녀석들도 좋아하는 게 따로 있었다.

아주 잘 먹는 것은 콩나물 무침이었는데 물에 씻어서 주니까 한 마리가 물면 다른 녀석이 빼앗아 먹으려고 난리다. 빼앗기지 않으려 도망을 가고 그러면 또 쫓아가고.. 콩나물이 바닥에 많은데도 굳이 빼앗아 먹으려 하는 게 우습기도 하다.

청국장과 멸치 익힌 것도 잘 먹는다. 기다란 콩나물과 달리 한 입에 쏙쏙 집어 먹으니 싸울 일이 별로 없다.

우리가 밥 해 먹는 쌀, 보리, 멥쌀을 주니 먹는 게 신통찮다. 아마 정미소에서 찧을 때 사람의 손이 너무 가미되었나 보다. 딱딱해서 이가 없는 녀석에겐 소화시키기 어려운 것인지도 몰라 물에 불려서 주니 조금 잘 먹는다.

편식을 막기 위해 풀도 주었다. 어느 풀을 잘 먹는지 몰라 이것저것 주고는 한참씩 관찰해 보니 쇠똥나물, 씀바귀, 상추, 배추, 산나물 등을 아주 좋아하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식탁은 이제 병아리가 좋아하는 메뉴로 바뀌고 있었다. 장을 볼 때도 병아리가 잘 먹는 걸 고르게 된다.

말 못하는 짐승인데도 먹이를 들고 가면 놀라 퍼드득 달아났다가 쪼르르 다가와서는 눈을 두리두리, 고개를 갸웃갸웃, 두 발을 휘적휘적 한다.

인생을 살아내느라 많은 눈치를 보며 살았지만 이제는 병아리 눈치를 본다. 죽으면 어쩌나, 어떤 먹이를 좋아하나, 고양이에게 잡혀가지는 않았나 살피게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한다. 눈치를 보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이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와 관심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요즘 교육계에 남의 눈치 안 보는 사람이 참 많다. 지나친 자기만의 이론과 주장으로 사사건건 교육청이나 학교를 물고 늘어지는 일부 시민단체나 의원, 이에 덩달아 잘못 자라고 있는 학생을 조금만 혼내켜도 제 자식 맡겨 놓은 담임 교사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열혈 학부모, 그런 부모 본받아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수업 중인 교사에게 휴대폰으로 욕설 문자를 날리거나 폭행하는 학생, 수업 중 문제 학생을 발견해도 일부러 회피하고 무시한다는 실의에 찬 교사들...

교육 현장의 기막힌 통제불능 상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오늘, 못 먹는 것을 갖다 주면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쳐다보는 우리 집 병아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늬들 닭 대가리냐?'



/이진영 매포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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