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최근 우리 정치판에 ‘암컷들이 설친다.’라는 말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어떤 정치인이 동료 정치인 출판 기념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사회자가 한국 정치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비유하였다. 그러자 문제의 정치인이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라고 주장하여 여성 비하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1859년 발표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토대를 둔 진화론의 입장과 유사하다. 진화론에서는 생물은 생존 경쟁에서 승리한 개체가 살아남으며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생존 경쟁에 참여하고, 더 많은 자손을 번식시킨다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높은 체력과 지능을 가지며, 이러한 능력은 생존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았다. 또한 남성은 여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더 많은 책임을 맡는다는 입장이다.
다윈의 주장은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성차별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고 비판을 받는다. 특히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 중요한 것으로 보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양육의 가치를 무시하였다. 생물의 진화를 생물학적 요인으로만 설명하여 여성이 사회적 요인에 따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한 셈이다.
2023년 출간한 루시 쿡의 저서 ‘암컷들’은 암컷이 진화를 이끌어가는 주체임을 주장한다. 작가는 전 세계 동물들을 관찰하여 암컷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번식하는지,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생물학적 지식과 페미니즘적 시각을 담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여 여성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균형을 강조하여 두 요인은 상호보완적 관계로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특히 다원이 간과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양육의 가치를 인정한다. 이러한 가치가 생물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주로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적 요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내용을 담았다.
‘암컷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생물학적 성 구분이 고정적이지 않다. 진화는 어느 한 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유전자와 환경과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진화론에 순응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연선택과 성선택, 사회선택이 혼재된 진화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여성과 남성은 지배하고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성과 공감력으로 무리를 이끌고 지혜와 연륜으로 공존하는 사회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암컷이 설친다’라는 막말은 언론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병적인 수준이 이른 상태를 나타내는 관종과 다르지 않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인간으로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별에 따른 차별을 제거하고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서로 협력하고 배려해야 건강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