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정세윤 변호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4항은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고 되어 있고, 같은 법 제6조의2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3개월 후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관련 조항을 문언대로 그대로 해석하게 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임차인은 계약기간 중이라도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청구할 수 있다(3개월 후 효력 발생). 국토교통부 또한 이러한 법령 해석에 기초하여 실무자 또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Q/A에 답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법령 해석 또는 법령 적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는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임대차 계속 중 임차인이 적법하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따른 임대차계약서를 임대인과 임차인이 작성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차기간을 적시했을 것이고, 이러한 임대차기간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재산권 행사에 가장 중대한 부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 만료일까지 임차인이 거주해 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임대차보증금의 활용, 임대 주택에 관한 처분 또는 사용·수익 등 전반적인 재산권 행사에 관한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임차인이 돌변하여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후 그 기간 계속 중에 임대차계약을 중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법은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옳은 일인가? 상호 합의 하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신뢰한 임대인의 정당한 믿음은 누가 지켜줘야 하는 것인가? 이렇듯 그동안 학계나 실무에서는 이러한 법령 해석 및 법령 적용에 끊임없이 비판을 가해왔다. 법이 잘못되었던지, 아니면 법령의 해석과 적용이 잘못되었던지 간에 둘 중의 하나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비판 속에 최근 법원은 그동안의 위와 같은 국토교통부의 법령 해석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지난 2023년 4월 14일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4항에 따라 계약갱신요구에 의하여 임대차가 갱신된 경우에도 준용되는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2는 조문의 체계 및 그 문언의 취지상 임대차가 별도의 기간을 정함이 없이 갱신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4. 14.선고 2022가합21044판결)”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국토교통부의 견해와는 정반대인 견해로써 설사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재계약이라 하더라도, 임대차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한 계약이라면 그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임차인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묵시적 갱신이 될 경우에는 임차인이 묵시적 갱신 기간 중 중도해지가 가능하겠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계약서까지 작성한 경우에는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위 판결은 하급심판결이므로 향후 상급심에서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어 판결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나, 계약의 구속력과 이에 따른 강제성, 나아가 임대인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최근 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판결로써 환영받아 마땅하기에 필자는 상급심의 견해 또한 이와 같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