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백주 대낮에 정치 지도자에 대한 피습 감행된 것이다. 치안으로 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한국이었다. 그래서 일본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테러 사건은 남의 일인 양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실례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4월 15일 와카야마현에서 중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 중 폭발물 피습을 당했는데, 이 폭발물은 기시다 총리가 몸을 피한 지 50초 만에 터졌다. 이에 앞서 9개월 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와 유사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당한 것이다.

이 대표는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던 중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을 찔려 쓰러졌다. 의식은 있었지만 출혈이 심한 상태로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다.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내일 중 긴급 의원총회 등을 열어 당 차원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총선 D-99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 대표의 피습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야만적인 행위에 대해선 여야가 같이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 정치 지도자에 대한 테러의 역사는 깊다. 정치인이 공개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습을 당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 직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한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가해 남성은 곧바로 현장에서 당 관계자들에게 제지됐고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5월 선거 지원유세 중 피습됐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다가 흉기로 습격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

김구 선생도 1949년 6월 26일 안두희에게 암살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73년 8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원 요원들에 의해 납치당해 현해탄에 수장될 뻔했다.

용의자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치명적인 위해를 감행한 원인이 무엇인지, 혹여 뒷 배경은 없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단순한 피습인지, 백색테러인지도 가려져야 한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이재명’이라고 적힌 종이 모자를 쓰고 지지자로 위장한 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흉기를 미리 준비한 것을 보면 다분히 계획적인 것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에게 자행된 피습은 그 사안자체가 매우 민감할 뿐만아니라 국민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마치 검투사들이 생존을 놓고 싸우는 모습 같다. 이제는 그런 모습을 지워버리자.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논리가 팽배해진 정치판, 나는 옳고 상대를 그르다는 이분법적 진영논리, 이런 모습은 ‘증오의 정치’가 빚은 자화상이다.

협치가 답이다. 상생을 위해선 좌익과 우익이 균형있게 펼쳐져야 한다. 날개의 한쪽이 사라지면 그 새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한 원인 규명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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