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아직 민주당 탈당은 하지 않은 상태다. 탈당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 카드로 내밀던 상황도 이젠 지났다.
어찌보면 지난 12월 30일 ‘명낙 회동’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둘은 결국 결별을 선택했다. 이재명은 이낙연의 ‘통합비대위(2선 후퇴) 수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낙연 또한 ‘신당 창당 의사’를 꺾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이 당시 “민주당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와 정신과 품격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본류가 자신에게 있음을 은연 중 비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이 많았던 듯싶다. ‘친명계’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는데다, 소위 ‘친낙계’로 불리는 인사들은 힘도 쓰지 못한 채 공천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볼 때 당의 이런 기류는 민주적 다양성과 역동성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후 보여 온 행보를 보면 그런 말을 쉽게 꺼낼 수 없게 만든다. 그간 행보가 민주당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그리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선 패배 후 그가 취한 것은 미국행이었다. 대선 과정에서도 그는 이재명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 당이 어려울 때 그가 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더욱이 그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내가 대장동 최초 제보자”라고 커밍 아웃하면서 그 비판의 강도는 거세졌다. 이를테면 이재명이 겪고 있는 ‘고난의 길’이 이낙연 최측근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인데, 이는 민주당 내에서 볼 때 ‘내부 총질’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진보진영의 정신적 지주, 혹은 요체라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기, 민생 위기, 남북관계 위기, 3대 위기를 통탄했다고 했다. 자신은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없으니 젊은 당신들이 야권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이 서거 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민생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의 신당 창당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의 행보는 진보진영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과 공개 행사를 열어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 국민께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야 한다”며 신당 창당 의지를 거듭 밝혔다.
총선 때만 되면 정치구도 공학에 따라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은 빈번이 일어난다. 그 또한 정치적 행위이니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사를 살펴보면 제3지대 빅텐트론으로 성공을 거둔 예는 없었다. 이준석-이낙연 신당 성공에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분열로 망하는 야권, 그런 역사적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