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전통시장에서 큰 불이 났다. 설 명절을 앞두고 충청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는 충청지역민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줬다.

지난 22일 밤 발생한 화재는 점포 227개를 모두 태웠다. 이번 화재는 1층 빈 점포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서로 이어져 있는 점포 구조에다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화재를 키웠다고 한다. 20049월 각종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현대식 중형 전통시장으로 개장한 서천특화시장은 연면적 7018규모의 2층 건물에 수산물, 농산물, 생활잡화, 특산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전후로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간 행인은 없었고, 밤늦은 시간대라 시장 앞을 오가는 차들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설 대목을 앞두고 있었던 탓에 상인들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점이다. 서천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에 맞춰 평소보다 5~10배 많게 물건을 주문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중한 물품들이 한순간에 화마로 사리지고 말았다. 상인들의 생계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이다.

피해 상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다.

이날 화재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운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지원체계를 가동하기가 수월해진다. 그 이전에 피해 상인들을 위해 특별교부세를 풀고 점포별 최소 생계비 지급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신속한 보상지원에 나섰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신속보상센터를 마련해 피해자의 보험가입여부 확인과 보험금 신청, 지급을 위한 원스톱을 제공하기로 했고, 보험금을 조기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남신용보증재단도 긴급 자금지원을 위한 신속지원팀을 신설하고 특례보증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재해피해금액 이내에서 긴급자금, 재해특례보증 등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화재의 현장화해의 현장으로 변질됐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화재현장에선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화해모습이 연출됐다.

물론 그동안 민망하게 낯을 붉혔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선 서로 만나야 한다. 당정의 화합된 모습을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곳이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서천 화재 현장이어야 했느냐는 질문엔 귀기울여야 한다.

주민들에 대한 위로도 없었다고 한다.

화재가 발생한 전날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화재 현장에서 밤을 새웠던 상인들은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방문 예정 소식을 듣고 2층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층에만 머물다가 돌아갔고 결국 상인들은 만나지 못했다.

밤을 새우고 아침부터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냥 갔다면서 상인들을 만나지 않으려면 여길 뭐 하러 왔나. 불구경하러 왔냐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상인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피해 상인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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