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출마하는 충북권 예비후보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눈총을 받고 있다.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라했고,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오해를 살만한 일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청주 상당구에 출마한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돈봉투 사건은 사건 발생과 경과,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까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정 부의장이 카페업자 A씨로부터 흰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누가 봐도 돈봉투 수수가 고스란히 찍힌 것이었다.

추후 정 의원은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해보지도 않고 곧바로 돌려줬다총선을 겨냥한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처음엔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던 카페업자 A씨는 변호인을 통해 말을 번복해 돈 봉투를 직접 건넸고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로 상반된 주장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의 진실로 인해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측이 누구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 의원 측 보좌관의 회유로 처음에 거짓 진술을 했다가 마음을 바꿔 진실을 말한다는 카페업자 A씨의 주장과, 봉투를 받은 뒤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해보지도 않고 곧바로 돌려줬다면서 이는 총선을 겨냥한 흑색선전으로 배후가 있다는 정 의원의 상반된 주장에서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지는 세심히 판단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정 의원은 애초 동봉투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돈 봉투는 받는 순간 법에 저촉되는데, 돌려줄 것을 왜 받는가. 과전불납리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 결정 직후 당선 축하 파티를 열어 논란이 된 박덕흠 의원의 행위도 유권자로서는 매우 언짢아 보인다. 아직 본선이 남았다. 선거운동은 시작도 안 됐다. 투표까진 아직 한 달이 남았는데, 미리부터 샴페인을 터뜨리는 행동을 보는 보은·옥천·영동·괴산 유권자들은 마음은 어떨까 싶다.

사실 그동안 선거 결과를 보면 이 지역구가 박 예비후보의 강세지역임은 맞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의 의중이 결정되기도 전에 스스로 당선을 결정짓는 행동은 안하무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케이크에 새겨진 당선 문구를 처음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하부정관이다. 더욱이 이 자리엔 소방공무원까지 동석을 했다고 한다. 부적절한 일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판단과 대응이다.

정 부의장의 돈봉투 의혹에 대해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기각 판정을 내렸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기각 이유에 대해 공관위는 객관성이 없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이의를 기각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당선 축하 파티논란에 대해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은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당 차원의 무마 행위는 지역구 의석은 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전국의 전체적인 판세에서 보면 매우 위태로운 결정이다.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