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음악학원 동료가 지인이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음악회 당일 비가 내리고 어두웠지만 모처럼 음악을 들으러 간다 하니 좋았다. 음악회를 언제 가봤는지 잘 생각나지도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음악회나 전시회 등을 한동안 외면하며 지낸 것 같다. 직장 다닐 때는 일한다는 이유로 못 다녔다지만 퇴직하고도 지금까지 제대로 관심 갖지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연주회다운 연주를 보러 가는 것 같았다. 공연장에 도착하여 팸플릿을 받고 보니 청주시립교향악단의 기획연주로 타이틀이 ‘내 마음의 클래식’이었다.

이 기획연주에 학원동료 지인 홍의연 바이올린 연주자가 협연을 하는 것이었다. 연주시간이 되어 설레는 맘으로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관람석에는 많은 이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나누어준 음악회 팸플릿을 보니, 청주시립교향악단은 1979년도에 비상임 체제로 창단되었단다. 그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와보는 것 같아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원들이 입장하여 자리를 채우니 가슴까지 꽉 채워지는 것 같았다.

오늘 연주곡은 박쥐 서곡과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드보르작, 요한슈트라우스2세 등의 곡을 연주한다고 적혀있었다. 오늘 협연하는 홍의연 바이올린 연주자는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한단다. 지휘자의 멋진 입장과 함께 큰 박수로 청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와 잘 모르는 악기들도 눈에 들어온다. 단원들 모두 주어진 악기로 연주하는 음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연주하는 모습에 빠져들어 갔다. 한곡 한곡이 끝날 때 마다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오늘 협연을 하는 바이올린 연주가 이어졌다. 연주곡은 카르멘 환상곡이라고 했다. 이 작품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연주를 들으면서 귀에 익숙하게 들려오는 부분이 조금은 느껴져 좋았다. 연주곡 분량이 많음에도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모습이 감동이다. 이렇게 연주하기까지 상상 못 할 만큼의 땀과 노력이 있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밖에 할 수가 없다. 협연의 연주가 끝나자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한다.

이번 연주에 많은 악기들이 있었지만 유독 눈에 돋보이는 악기가 있었다. 그것은 콘트라베이스다. 콘트라베이스를 4명이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자의 몸보다 큰 악기를 한 몸같이 움직이는 손과 소리의 웅장함이 예술의 극치를 보는 것처럼 멋져 연주 내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끔 울리는 심벌즈의 소리도 은은하게 퍼져 내 마음속까지 들어오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는 지휘자가 음악의 강약에 따라 관중들에게 박수소리를 크게, 작게 치라는 몸짓으로 음악회 분위기를 최고조로 만들었다. 연주자와 관중이 하나가 되는 분위기로 모든 연주는 마무리됐다.

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보면서 이런 교양프로그램에 대하여 그동안 너무 무관심함을 반성해본다. 이번 연주회를 계기로 폭넓은 문화생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음악회가 끝나고 집에 와서 교향악단의 연주를 찾아보니 23년도에도 연주했던 ‘서곡’ 동영상이 있어 들어보니 반가웠다.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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