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최근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에 “젊은 남성과 여성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폴란드, 중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대부분에서 젊은 남녀의 태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0년 전만 해도 18~29세 남녀 사이에 매우 진보적부터 매우 보수적까지의 자기평가 척도(1~10)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그 격차가 0.75에 달했다. 2020년에 젊은 남성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묘사할 확률이 보수적이라고 묘사할 확률보다 단 2%포인트 높았지만 젊은 여성은 우파보다 좌파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무려 27%포인트나 높았다.

젊은 여성이 급격히 진보적으로 변하는 반면 같은 연령대 남성은 그렇지 않아 정치적 의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젊은 남녀 간의 인식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가장 유력한 원인은 교육과 직업경험, 반향실 효과다.

첫째, 교육의 경우 상위권 남성은 잘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등학생을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기준 최소 독해 능력에 미달하는 비율이 선진국에서 남학생은 28%인 반면 여학생은 18%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성은 대학에서도 남성을 앞질렀다. 유럽연합에서 25~34세 남성 중 대학 학위 소지자 비율은 2002년 21%에서 2020년 35%로 증가했으나 여성은 25%에서 46%로 더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격차는 비슷하다. 젊은 여성이 남성보다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비율이 10%포인트 더 높다. 교육의 차이는 태도의 차이로 이어지는데,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평등주의적인 관점을 흡수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둘째, 직업경험의 경우는 선진국에서 여성이 대학을 졸업하면 화이트칼라 직업을 구하고 자신을 부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데이트 시장에 들어서면, 여성 졸업자가 남성보다 훨씬 더 많아서 서로 대화가 가능한 교육을 받은 남성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여성들은 또래 남성들이 ‘어린아이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불평한다.

셋째, 반향실 효과의 경우는 SNS에서 자신이 지닌 기존의 관점을 강화하는 정보를 반복하여 습득하면 부지불식간에 확증 편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인데, 좌절한 젊은 남성들의 온라인에서의 대화는 종종 여성혐오로 전락하게 되고 비슷한 컨텐츠를 계속 유도하는 SNS의 알고리즘은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하거나 격분하게 만들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불공정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과 서로 논의를 통해 다듬어지고 바뀌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이 될 텐데 SNS에서는 각자의 진영 얘기만 계속해서 듣게 되니 정치적으로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젊은 남성과 여성이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인 교육의 경우, 남녀를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의 정해진 정답을 찾고 실수를 적게 하는 게 목적인 시험방식은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하다고 한다. 두 진영 간의 정치적 갈등과 그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며 야기된 초저출산이라는 국가적 난제에 당면한 현실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해결해 나갈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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