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서 거둔 여당의 성적표는 참혹했다. 개헌저지선을 넘긴 것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참패의 원인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협치 대신 일방통행을 택했고, 소통 대신 불통을 취했던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돌파구로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의를 표명한 이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 수석비서관들이다. 총리 후보군으로는 주호영·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언급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물군으로 인적쇄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이동관 전 위원장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가 방통위원장이었을 때 민주당은 탄핵까지 추진했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방 소통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된 만큼 기자회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장 발표에는 국정 쇄신과 민심 경청, 소통강화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연금·노동 등 ‘3대 개혁과 의대증원 문제는 내용을 재설정하는 게 아닌 진행 과정을 알리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총선 이후 국내외 언론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예측한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란표8표만 나와도 정권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동안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유례없는 일이다.

형사 피고인과는 회담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불통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단초가 됐다. 여야는 모두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직 결정 못했다고 한다.

협치의 가능성을 여는 가장 큰 시험대는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특검 수용 여부다.

이 사안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도 매우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 외압 의혹이 자신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고, 민주당 입장에선 1987년 이후 유례없는 야당 단독 과반 획득이라는 성과 자체가 국민들이 보내는 정권 심판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흐지부지 끝나면 그 역풍이 되레 민주당으로 향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21대 국회 마지막 5월 임시회 쟁점은 채상병 특검법처리 문제일 수밖에 없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야당 의원 181명이 동의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180일 숙려 기간이 지나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는 언제든 특검법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총선 직후 채상병 특검법 처리부터 벼르고 있는 이유다.

물론 변수는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건) 행사 여부가 그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9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정부와 의회간 불통으로 간주했고 협치의 실종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만큼 이 사안은 대통령에게 부담스럽다. 더욱이 총선 참패로 여권이 특검법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국민의힘 일부 당선자들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협치의 가능성은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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