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기억에 떠올리기조차 힘든,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세월호 참사. 그 시간의 기억이 우리 사회의 구석엔 늘 내장돼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참을 수 없는 그 아픔을 짐짓 외면하거나, 혹은 진영 논리에 의해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었다. 유족들에겐 그것이 특히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선 세월호 관련 추모식이 열렸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노란색 부표가 떠 있었고, 선상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시민들은 떠난 이들을 그리워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불렀고, 흰 국화꽃을 바다에 던졌다.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경기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등을 옷에 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사 유가족은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며 참사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광장 기억공간과 인천 가족공원의 일반인 추모관에도 시민들과 함께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10년이 지났지만, 2014416일 그날의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세월호 추모 메시지를 낸 것은 취임 뒤 처음이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날 온 국민은 10년 전 꽃도 피지 못한 채 스러진 어린 영령들에 대해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일각에선 입에 담지 못할 악담과 저주의 언어들이 판을 치기도 했다.

이는 진영논리에 휩싸여 상식과 지성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문제점은 이런 현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들 가운데 눈에 띄었던 것은 악성 댓글이었다. 사고 첫해부터 유가족을 울렸던 악성 댓글은 이젠 막말을 넘어 혐오에 가까워지고 있다. 더욱이 특정 지역, 여성, 어린이 비하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유가족은 댓글이 무서워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해 3월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모독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고소장까지 직접 제출하기도 했다.

마부작침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2014416일부터 2024410일까지 10년 간 세월호이태원키워드로 검색되는 10대 일간지와 3개 지상파 기사 167077건과 여기에 달린 댓글 5415000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한 2019년부터 악성 댓글에 쓰인 표현에 큰 변화가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공무원, 해경, 구조와 같은 단어들이 빈도수 상위권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운 건 쓰레기, 좌파, 빨갱이, 재앙 등으로, 세월호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이었다고 한다.

세월호 10주기인 올해는 댓글의 혐오 표현들이 더 격해져, 이전보다 댓글의 정치색이 짙어지고 보여주기조차 힘든 혐오 표현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진영에 따라 세월호 참사에 정치색을 덧씌워 폄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집단지성을 믿는다. 일각에서 자행되는 인간 이하의 저주를 우리의 집단 지성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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