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19 혁명 64주년을 맞아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당연한 이 행사가 논란을 일으킨 건 야당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하는 기념식에 앞선 조조참배였다는 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오전 8시께 4·19기념탑에서 헌화·분향하고 묵념을 올렸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참석하는 4·19혁명 기념식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본행사인 기념식엔 빠졌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4·19 혁명 기념식에 빠지지 않았다. 20224월에는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참석했고, 지난해엔 대통령으로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폄훼의 현장이 불편했을까

윤 대통령의 조조 참배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2시간 먼저 참배한 뒤 자리를 뜬 건 무언가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속사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등과 한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불편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행사의 주체가 돼야 할 대통령으로서 몰래 참배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랬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윤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훌륭한지도자의 이미지가 심각한 훼손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4·19혁명이다. 시위대를 향해 총탄을 퍼부었던 4·19혁명이야말로 이승만의 악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야당 지도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폄훼의 현장에 같이 있기는 불편했을 듯하다.

이에 앞서 영화 건국전쟁김덕영 감독의 안보 강연이 무산된 바 있었다. ‘정치 편향이 고려됐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전쟁기념사업회의 안보교육프로그램인 용산특강의 연단에 서려던 일정이 취소됐었다. 그는 당초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 전쟁기념관에서 대한민국 현대사 재조명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이승만을 우상화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희석시키려는 전조현상이었다고 보여진다. 이승만을 기리는 강연 날짜가 하필이면 4·19혁명 기념식 당일이었던 것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민심 이반이란 웃돈 얹어줘야 하는데

19604, 학생이 중심세력이 돼 일으킨 것이 4·19혁명이다. 혁명을 촉발시킨 건 대규모 부정선거 자행과 이승만 정권의 독재였다. 많은 공무원들이 이승만의 당선을 위해 동원됐고, 내무부와 각 도의 경찰이 실질적인 선거본부가 돼 투표총계를 조작하고 날조했다.

여기에 김주열 열사의 죽음은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그해 315일 이승만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마산데모사건이 일어났을 때 김 열사는 시위에 참가한 후 행방불명됐다가 411,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그의 눈엔 미제 최루탄이 박혀 있었다. 그때 그의 나이 17세였다.

그의 죽음은 2차 마산시위로 이어졌고,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킨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4·19미완의 혁명이라 한다.

피로 이룬 4·19혁명 뒤에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은 유약하고 무책임했다. 박정희 소장을 주축으로 한 군부는 이를 빌미 삼아 5·16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군사 독재에 의해 퇴행됐던 민주주의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역사는 되돌아 온다.

극장에서 오전에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입장 요금을 깎아 주는 것을 조조할인(早朝割引)’이라고 한다. ‘조조참배는 그러나 할인 받지 못한다. 오히려 민심 이반이라는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 그럼에도 2시간 앞당긴 참배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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