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장편 SF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소설 ‘삼체’는 다양한 과학적 아이디어와 독특한 전개로 흥미를 끄는 이천 페이지의 대작으로, 그는 이 책으로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과학소설의 노벨상이라 하는 휴고상을 수상하였다.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복선으로 얽혀 있지만 단순화하면 인류의 파괴적 성향과 타락한 도덕 수준에 실망한 과학자가 멸종을 막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계획 중인 외계인을 불러들여 결국 인류는 파멸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인류의 종말은 대단한 문제이지만 사실 우주적 관점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종말은 그리 대단할 게 없다.

지구에 생명체가 생긴 이래 여러 차례 멸종이 있었지만, 그중에도 대다수의 종이 사라지는 5번의 큰 멸종 사건을 대멸종이라 한다. 그리고 최근 변화하는 생태계로 5대 멸종에 이은 6번째 멸종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또한 나오고 있다. 보통 대멸종은 자연환경의 극적인 변화나 운석 충돌 등 전 지구적인 재난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그러나 이 6번째 대멸종은 온난화나 인공 물질의 확대, 화석연료나 핵실험 등 인류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의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대멸종과는 다르다. 현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 부르기도 할 정도로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이렇게 인간이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해 6번째 대멸종을 가져온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자연의 조화로운 손에 의해서인지 선진국을 시작으로 인간이라는 종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흐름도 있다. 파도타기라는 응원에서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파동처럼 출산율 감소에 의한 인구감소의 추세가 선진국부터 시작해 나라별로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파동의 한복판에 있다. 출산율 저하라는 파동은 각 나라의 인구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비교적 근래 시작된 일본과 우리나라는 점점 그 정도가 특히 심각한 것 같다. 극단적인 출산율 감소로 심각해진 우리나라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자연 소멸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도 나온다.

60대인 주변의 지인 중에는 아직 자식을 한 명도 출가시키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출가했더라도 출산에 뜻이 없거나 불임도 많아 이 또한 걱정거리다. 예전엔 대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해 딸을 출산하면 몇 번이고 아들을 낳을 때까지 출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이제는 딸, 아들 구별 없이 자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도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 세대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렇게 자식 세대가 비혼으로 살든 딩크족으로 살든 후손 없이 생을 마감한다면 그 가문은 그대로 대가 끊기는 것이다. 그런 세대가 많아지면 그 사회도 그대로 소멸할 것이고 그런 사회가 많다면 그 나라도 미래가 없을 것이다. 결국 한 가문의 소멸로부터 시작해 그 범위가 넓어진다면 사회와 국가도 소멸이 되는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개인의 파멸이나 한 국가의 파멸조차 그리 대수로운 것 없는 게 역사이다. 하지만 그게 나의 일이라면 또 우리나라의 일이라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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