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모교에 행사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그리신 그림을 모교에 기증하는 행사를 한다며, 동문들도 함께 참여 해달라고 했다.

행사당일 오랜만에 찾은 모교 교정이 정겹게 다가왔다.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뵌 박영대 선생님은 건강하고 멋진 예술가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식순에 의거 기증하신 그림 제막식을 시작하기 위해 그림을 씌운 막을 함께 내리자 나타난 그림은, 바라보는 우리로 하여금 기쁨과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그림은 보리작가로 유명한 송계 박영대 선생님의 대표작 청보리 그림인 ‘청맥’이었다. 교사들과 선후배들이 함께한 제막식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박영대 선생님은 ‘보리작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시다. 선생님은 보리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보리를 통해 생명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표현하셨다.

선생님 작품인 ‘청맥’과 ‘황맥’은 백양회 공모전에서 '맥파(麥波)’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다. 선생님의 작품 중에는 영국 런던의 브리티시박물관에도 영구 소장되어 전시되고 있다고도 하셨다.

현재는 백석대학교에 작품을 기증하시고 백석대학교 ‘보리생명미술관’에서 작품설명 및 상설전시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는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이신지도 알지 못했다. 이번 멋진 그림을 기증받으면서 모교의 교장선생님은 제자들을 위하여 현관입구에 박영대 선생님의 소중한 그림을 항시 볼 수 있도록 비디오 아트도 설치해 놓으셨다. 학생들도 좋은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아하고 사진도 찍고 한다며 좋아하셨다.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의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제막식 행사가 끝나고 학교를 둘러보았다. 우리 때는 남자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여선생님들이 많았다. 거기다가 젊은 선생님들이시다. 우리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학교 다닐 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넉넉하지 못한 시골에서 태어나 학교도 제때 가지 못해 뒤늦게 입학한 학교였다. 방 얻을 돈이 없어 사촌 언니 자취집에서 함께 살기도 했었다. 학교가 멀어 추운 겨울 걸어올 때면 너무 추워 손에 동상이 결려 힘들기도 했지만, 공부 할 수 있다는 것에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런 어려움을 경험했기에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나 싶다. 상업학교이기 때문에 3학년이 되면 취업이 되는 친구들도 많았다.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2학기 때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졸업 후 발령을 받아 40년을 근무하고 퇴직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를 길러준 모교에 감사하다. 요즘도 학교 앞을 지나갈 때면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모교가 50주년을 맞았을 때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선후배들과 활동을 많이 했다. 행사준비로 많이 힘은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 잘했지 싶다. 그 인연으로 선후배들과의 좋은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불러 주시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함께 하니 좋다.

올해 모교가 63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훌륭한 선배님들이 계셨듯이 앞으로도 멋진 후배들의 역량을 기대해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