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10시부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19개월 만의 회견이었다. 이날 회견은 주제에 대한 제한없이 자유롭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민감한 현안에도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선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기자회견 전에 가진 국민보고에선 의정갈등과 관련해 했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노력에 대한 자화자찬이 주를 이뤘다. 다만, 세세하게 챙기지 못하고, 국민적 이해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것은 김건희 여사 특검과 채상병 특검이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다는 질문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어서 거기에 대해선 제가 따로 언급을 안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 60% 이상이 찬성하는 특검 도입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특검 문제는 지난 1월에 재의요구를 했지만 지금 야당도 집권시기에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는 늘 주장하는 것이 검찰수사가, 경찰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 있을 때 특검하는 게 맞다는 주장으로 특검여론을 늘 반대해 왔다특검이라는 것은 정해진 검·, 공수처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선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고 국민들께서 납득 안 된다 하시면 제가 먼저 특검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비껴갔다.

윤 대통령은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사법기관에 넘어가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라며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는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덧붙여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사당국에서 국민 여러분께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그동안 지연돼 왔던 건 수사 인력의 부족 때문이었다. 더욱이 공수처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있으되, 기소권을 갖지 못한다. 기소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찰총장,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오는 7월이 되면 통신기록이 삭제된다. 증거가 될 수 있는 기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서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역으로 정부가 회의록 등과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한다.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이야기다.

소통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진행됐던 이번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불통의 이미지를 또 다시 덧씌우게 됐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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