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난 5월 9일 대통령이 오랜만에 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부터 최근 논쟁 이슈까지 기자회견이 장시간 걸쳐 이어졌다. TV, 신문, 인터넷, SNS 이런저런 매체 할 것 없이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가 쏟아졌다. 이런 보도를 접할 때면 드는 생각이, 같은 대통령이 같은 담화를 발표했는데, 전혀 다른 언어로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불편함이다. 대표적인 신문은 물론 TV 뉴스도 채널의 성향과 보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튜브, SNS 같은 온라인 미디어는 더욱 심하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이런 폐단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전문가가 경고해왔다. 이미 사회적 물의, 특히 극단화 사회 현상으로 지목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 해석과 의견이 분분하지만,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접근에 주목해본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여느 기업처럼 수익에 따라 생명을 지속하는 ‘언론社’ 역시 자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 방송 3社 체제에서 2011년 4개 종합편성채널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7개社 경쟁체제로 접어들면서 언론의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저마다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STP’, 시청자의 특성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그중에서 자신들이 가장 성공할 만한 목표시장을 정한 후, 자리매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보수 혹은 진보로 목표시장을 정하고 시청자 특성에 따라 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으로 선택적 보도를 내보내는 마케팅 방식이다. 일부 언론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과 경쟁 구도에 따라 자세를 바꾸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 양극화’로 부른다.

종합편성채널 시작 무렵, 북아프리카에서 서아시아까지 이어진 이른바 ‘자스민혁명’에서 SNS의 경쟁력이 드러났고, 순식간에 4G를 지나 5G의 기술혁신을 거듭한 모바일 서비스 때문에 언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인 AI 기술까지 가세했다.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알고리즘에 반영한 AI 기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선택적 정보 제공을 극단화했다. 우리 일상에서 소비자의 취향이 AI 서비스를 타고 더 견고한 취향으로 경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은 극대화할 수 있지만, 소비자 사고는 더욱 편협해진다. 이렇게 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상실하고 극단적 사고체계로 무너져 간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옳고 그른 기준’은 잃어버리고 ‘네 편 내 편’으로 세상을 대한다. 극단적 결말을 예견하는 전문가는 결국 인류의 종말로 다가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저 기술 발전으로 방식이 바뀌고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수십 년 전 냉전 시대에도 있었던 현상이다. 미국과 소련의 ‘핵 버튼 누름’을 두고도 인류 종말의 경고는 줄기차게 있었다. 미국의 쿠바 봉쇄 상황에서는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인류는 핵전쟁 위기를 무사히 잘 넘겼다. 생존 본능과 이성, 감성이 모두 작동했다.

상식적인 사회인은 ‘인간적임’을 원한다. 그리고 선善 정政 도道 애愛 인仁 의義 예禮 지知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가치를 얼마나 실천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진다. 사라져가는 합리적 사고를 속히 회복하고 세상을 ‘네 편 내 편’이 아닌 올바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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