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19차 선방위 정기회의를 연 뒤 10일 임기를 마쳤다.

선방위는 선거 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된 방송을 심의하는 기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설치·운영한다. 선거와 관련된 방송을 심의하는 기구이니 선거 기간 불공정하거나 사실이 아닌 보도를 하는 방송사를 제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제재 자체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것이라면 이야기의 본질은 달라진다.

그동안 선방위는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대해 역대 최다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그래서 선방위의 마지막 회의에는 그동안 제재를 당한 언론사들의 재심 청구가 무더기로 몰려들었다.

역대 최다 법정 제재에 이어 역대 최다 재심 청구의 기록까지 쓰게 된 선방위는 자신들이 내린 제재에 대한 이의제기만 논의하다가 마지막 회의를 마쳤다고 한다.

지난 9일 열린 회의에는 그간 법정 제재를 당한 방송사들의 재심 청구 18건이 안건으로 올랐는데, MBC와 대전MBC11, CBS3, cpbc2, 채널A2건을 청구했다고 한다.

선방위가 전례 없는 수준의 법정 제재를 의결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재심 청구 건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한 MBC에 대한 제재가 많았다는 것이다.

법정 제재를 받은 보도 대다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였다. 더욱이 이날 재심을 청구한 방송사 다수는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이 없는 보도까지 심의해 법정 제재를 내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청부민원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혹 재판 등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백선기 선방위원장과 선방위원 대다수는 선방위 심의에 문제가 없었다며 다수결로 대부분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백 위원장의 말은 국민적 인식과 큰 괴리가 있다.

그는 선방위 활동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다하늘을 바라보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양심, 식견을 반영해서 오늘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선방위가 그동안 편파적이지도, 불공정하지도 않았느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방위의 행태가 제도의 실패를 증명했다고 지적한다. 구성과 심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선방위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매우 조심히 심의해야만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기구인 만큼 위원 추천권을 업계 대표성을 가진 단체나 학회에 주는 등 구성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심위 직원들조차 선방위 활동이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추락 등은 민관이 합심해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K-검열 생태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선방위는) 방송심의 역사에 길이 남을 문제작이라고 했다.

언로가 열려야 정치가 바로 선다. 언로가 막힌 정권은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쓴소리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태도일 것인데, 비판적 언론에 가차없이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또 다른 입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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