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당연한 말이다. 병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며칠 전 정기적으로 통원 치료를 했던 지인이 금요일에 병원에 갔다가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치료가 월요일로 미루어졌는데 일요일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의사들의 파업’이 불러온 현장을 실감했다. 아프고 싶어 병이 난 사람은 없겠지만 십수 년 전에 진단받은 당뇨로, 병원에 의존하며 살아온 필자로서는 쉬이 넘길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례식장에서는 ‘의료사태’에 대해 분개하는 말들이 많았고, 어떤 이는 이 시대에는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게 의무라고도 했다. 자연인처럼 의사를 만날 일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도 했다. 평생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약에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라는 책 제목에 끌려 유튜브를 시청했다. 두 종류의 방송을 시청하다 보니 그와 비슷한 종류의 주제로 많은 책이 나왔고, 때로는 그런 책들을 비판하는 방송까지 있어서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가며 관심 있게 여러 종류의 방송들을 시청했다. 약의 오남용에 대해 의사와 약사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지만, 주제는 인간이 가진 자연 치유력을 높여서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 우리가 살던 가난한 시대의 밥상이 회자하고, 우리가 보리밥과 거친 통곡물, 들판 여기저기서 채취한 나물 등의 보양식을 먹고 자란 게 한편 방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새 운동화가 닳을까 봐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맨발로 걸었던 기억들, 감자 이삭을 줍던 포근포근한 밭의 감촉은 ‘맨발 걷기’가 왜 좋은지 알게 한다. 하나같이 맞는 말만 하는 건강 관련 개인 방송을 들으며 생활 습관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나이 들면 병원 가깝고 편리한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필자는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 병원이 멀어서 가기가 불편하면 병원 안 가고도 사는 방법을 강구 할 테고, 고령이 되어 세상 떠날 때가 되어서 숨쉬기 곤란한 상황이 되면 응급차를 불러 병원에 실려 갈 터인데, 병원이 멀면 가다가 길에서 떠나는 게 복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억지로 코에 산소 줄을 꼽고, 목에 구멍을 뚫어 음식물을 넣고 연명한 목숨을 원치 않는다. 땅에 발을 딛고, 손으로 꽃을 가꾸며, 밥 먹은 그릇을 뽀득뽀득 씻는 생활이 안 된다면, 99881234라는 말처럼 눈을 감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유언도 못 했다고 아쉬워하는 분이 있는데 유언은 매일 매일의 일상을 통해 그 사람이 표현한 태도가 유언이라고 생각한다.

연명치료 거부 의향서를 작성하고, 장기 기증을 했다. 처음에는 장기만 했다가 나중에 사후 시신까지 기증했다. 건강식품을 먹지 않고 건강한 식재료로 밥상을 차린다. 헬스트레이너에게 건강을 맡기기보다는 밭고랑을 걷고 호미로 팔의 힘을 지켜낸다. 발가락 사이에 끼인 흙을 씻으며 스트레칭을 한다. 고단한 하루를 뒤로하니 쏟아지는 잠을 주체 못 해서 꿀잠을 잔다. 열까지 곡물로 밥을 지어서 먹은 후 4개월 만에 당뇨약을 끊었다. 이제는 어떤 약도 식탁에 없다. 이렇게 살면 아프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잘 살다가 어느 장기 하나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주고 가고 싶은 마음으로 정갈하게 건강을 관리하고자 한다. 지구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가려는 마음과 닮은꼴이다. 의사가 파업하든 약사가 파업하든 떨지 말자. 우리에게는 아직 너른 자연의 품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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