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줄적에는 홀딱 벗고 주어라.
몸을 허락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사소한 조건없이 한껏 즐기도록 하라는 뜻. 성 관계가 아니라 다른 무엇을 베풀더라도 구차하게 굴지 말고 기왕이면 시원 시원하게 내주라는 말이다. 기왕에 주려면 홀딱 벗고 주어라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길가 버들과 담 밑에 핀 꽃은 누구나 다 꺽을 수 있다.
노류장화(路柳檣花)란 기생과 같은 부류의 여자다. 꺽을 수 있다는 말은 성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데 최소한 해웃값(성 관계 값으로 내는 값)은 있어야 될 일이겠다. 노류장화야 임자가 따로 있는게 아니고 돈 있는 사람이 임자이니까 말이다.

길이 없어서 한길을 가고 물이 없어서 한물을 먹어도 시앗하고는 상대를 말랬다.
모든 일이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궁색하더라도 남편의 첩하고는 타협을 한다든지 그외 어떤 일도 더불어 도모하지 말라는 뜻. 제 사랑을 채트려 간 여자니 불구 대천의 원수에 버금갈 것이다. 만만한 년은 제 서방도 못 데리고 잔다고 만만한 년을 만들어 놨으니 같이 상대하면 되겠는가.

길 터진 밭에 마소 안들어 갈까.
길이 난 밭에는 말이나 소가 드나 들듯이 노류장화들의 거처에 뭇 사내가 드나들 수 밖에 없다는 뜻. 또한 바람기 있는 여자를 남자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길 터진 곳은 사내가 울 만들어 줘야 하는데 남자가 부재중이면 또는 능력이 없으면 외간 남자가 활보하리라.

뚝심 센 소가 날랜 범 이길까.

무슨 일이던지 힘만으로 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총각은 기세가 좀 풀려 있었다. 그러나 오기는 남아 있는지라 아까 보다도 훨씬 자신 얼어진 어조로 중얼 댔다. “뚝신 센 소가 날랜 범 이기는 것 봤남”』 (황석영의 장길산)


정종진 ㆍ 청주대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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