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청주에 올 때 이따금 술자리를 갖곤 했다. 나라 돌아가고 있는 위태로움에 대해 술자리에서 쏟아내는 그의 달변은 언제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뒤끝엔 정의당에 대한 애정과 쓸쓸함이 있었다.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의당과 인연을 맺은 내 친구 김종대는 늘 자신을 구국의 강철 이빨이라 칭했다. 나라 생각하는 논리에선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일 터인데, 그런 그에게도 이번 22대 총선에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녹색정의당은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을 터였다.

차라리 갈아타는 게 어떻겠냐는 내 조언은 너무 안쓰러워 나왔던 말이다. 그 친구는 단호히 말하곤 했다.

의리가 있지, 더구나 숨이 꼴딱 넘어가는 지경에 놓인 정의당을 두고 나마저 떠난다면 누가 지키누.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싶어.”

 

이쪽 동네가 훨씬 재밌어

어느 날 문득 한겨레신문에 실린 그의 칼럼을 보며, 이 양반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카롭고 논리정연한 글을 보며 이젠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던 보수의 국방과 안보가 이젠 진보 진영으로 넘어오겠구나 싶기도 했다. 박학다식한데다 깊이까지 있었다.

그런데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이 얼굴이 그 얼굴일까 싶기도 했다. 앨범을 뒤져보니 맞는 얼굴, 참 반가웠다.

그 친구와 나는 청주고등학교 57회 동창이다. 그 친구는 6, 나는 4반이었다. 얼굴을 알았지만, 서로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다. 그나 나나 나서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랬으리라.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칼럼을 쓰게 됐노라며 신문사를 찾아온 그와 만났고, 우린 친구가 됐다. 그 세월도 벌써 6, 7년 됐나 싶다.

그가 요즘 방송 패널에 정치평론가로 나와 입담을 쏟아내는 걸 종종 본다. 입체적 사고, 인문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가진 균형 잡힌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곤 한다.

특히 인문학적 사고는 그의 매력이다.

그나저나 그는 몇 개월 전 지상파 방송에서 퇴출됐다. 두루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음에도, 강한 진보적 사고를 지닌 그가 정부 여당에 쏟아내는 비판이 문제가 됐을 터였다. 결국 유튜브 방송으로 말 마당을 옮긴 그는 태연히 말한다.

이쪽 동네가 훨씬 재밌어.”

 

경우에 안 맞는 건 평양감사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인 부승찬씨가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었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알았다. 부씨의 능력과 인물됨을 간파한 그는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자신의 보좌관으로 그를 모시기 위해 5번이나 찾아갔다고 한다. ‘삼고초려를 넘어 오고초려였다.

부 당선인이 말했다.

제가 김 의원님 보좌관으로 있을 당시 김 의원님에게 제의가 왔었어요. 방위사업청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저는 당연히 방사청장으로 가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 의원님은 단칼에 거절하시더군요. 임명 제의에 대한 동의를 정의당에 먼저 구했어야 했다는 거죠. 그건 무례라고, 무례한 요청엔 응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박영선 총리 카드를 슬쩍 언론에 흘려보는 현 정권의 지난 행태와, 이에 알 듯 모를 듯 협치 운운애매한 대답을 내놓은 박 전 의원의 모습은 참 대비돼 보였다.

경우에 안 맞는 건 평양감사도 안 된다는 게 그의 태도이자 신념이다.

세상 편하게 살자는 건 아니지만, 두루 좀 원만했으면 하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세상살이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면 무조건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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