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노기섭 청주대학교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교수
현대는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두 번의 암흑기를 걸쳐 발전해왔다. 발전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극복하며 발전해왔다. 이제는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전화할 때도, 주변 맛집을 찾을 때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 없이 사는 것이 불편한 만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사는 것도 꽤 불편한 시대가 되었다. 공기의 분자 구조를 몰라도, 스마트폰의 전자 회로를 몰라도 거부감 없이 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늘은 인공지능을 염증으로 바라보는 시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국제적인 기술 연구 자문 기업 중에 ‘가트너’라는 회사가 있다. 가트너는 매년 세계의 첨단 기술을 조사하여 각 기술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발표한다. 가트너는 기술 발전 과정이 일정한 생애를 갖게 된다고 표현한다.
기술 발전 생애는 크게 5단계로 구분한다. 5단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기술촉발 단계, (2)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 (3) 환멸의 골짜기, (4) 계몽 단계, (5) 생산성 안정 단계이다. 이런 식으로 기술의 발전 및 성숙도를 표현하는 것을 ‘하이프(Hype)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일부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강력한 능력이 알려지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단계는 곧 염증의 단계로 변한다. 필자가 인공지능에 대한 염증이라고 표현하는 단계가 바로 가트너의 환멸의 골짜기에 해당한다.
우리는 왜 인공지능에 염증을 느끼면서 환멸의 골짜기라는 단계를 지나게 되는 걸까? 어떤 최신 기술, 그중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환멸은 어떻게 오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그간 기대감 때문에 앞다투며 투자했던 회사들이 실패하는 사례가 증가한 사례들, 개인정보 침해, 차별 알고리즘, 일자리 대체로부터 발생하는 부정적 윤리 문제 등이 중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염증 단계, 즉 환멸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신기술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기술 발전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는 의미이다. 인류가 만들어 내는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나는 단계이면서 성숙의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지나는 단계이기도 하다. 대부분 기술의 완성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아프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기술도 발전 과정에서 염증 단계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곧 환멸의 골짜기를 무사히 건널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보여준 눈부신 성과를 바라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 다음 단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다음 단계를 설명하는 것도 다양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주장하고 싶은 바는 실용적 접근과 지속적 학습이다. 구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 접근 노력은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히 한다는 의미다. 지속적 학습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게 될 인공지능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다. PC가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되었던 상황이나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것과 같은 과정은 다양한 실용과 학습 과정을 거쳐왔다. 인공지능도 곧 올 시대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