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해 고등학교 선배가 동문회 임원들 고생한다며 음악회에 초대했다. 음악회 장소가 옛날 연초제조창 창고로 사용하던 곳으로 ‘동부창고34’라고 했다. 당일 여유로운 마음으로 허름한 창고인 34동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담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바로 코앞이 관람석이다. 그날 음악회는 이윤석님의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날이었다. 하모니카 연주를 들은 것은 그날 처음이다. 작은 하모니카 하나로 이렇게 멋있는 연주를 한다는 것이 너무 멋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활동도 많이 하고있는 유명한 연주자였다. 그날 이후 34동에 대하여 잊고 있었는데 지난 3월에 선배가 피아니스트 정한빈 연주에 또 불러주셨다. 이날 6곡을 연주하고 앙코르까지 이어진 멋진 공연이었다. 하지만 클래식에 문외한 이다보니 가슴으로 느끼기엔 많이 부족했다. 그나마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를 해서인지 전보다는 덜 한 것 같다.
이날 음악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음악을 잘 모른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자꾸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김에 지난달 오보에 연주에는 직접 신청했다. 연주회 날 34동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오보에 악기도 새롭고 기대도 되었다. 사회자가 이현옥 연주자를 소개하면서 오보에 악기는 연주하기가 엄청 힘든 악기라고 소개했다. 연주가 시작되어 피아노와 함께 오보에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뻘겋게 물들고 힘줄이 솟았다.
코앞에서 듣는 우리의 호흡조차 가빠지는 것 같았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우리는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당초계획 보다 더 긴 시간을 연주했다. 그럼에도 앙코르곡인 영화 미션의 OST인 ‘Gabriel`s Oboe’를 연주했다. 많이 들어본 곡이라 너무 좋았다. 집에 와서도 찾아 몇 번을 들었다.
콘서트를 마치고 ‘하우스콘서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 콘서트는 2013년에 시작하여 올해가 11년이나 되었단다. 이 콘서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클래식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하여, 연주자와 객석을 좀 더 가까이 만들어 보자는 꿈을 간직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공동대표 세 분이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이분들은 유럽에서의 마을 콘서트를 우리가 살고있는 이 곳에서도 한번 해보자고 하여 시작했다고도 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음악에 대한 그분들의 열정과 사랑으로 이젠 고정 팬들도 생겨 자리를 잡았다고도 했다. 음악회 장소도 새로운 장소로 준비한다고도 했다. 그 새로운 장소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
공동대표들은 새로운 곳에 가서는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콘서트를 한 달 내내 콘서트를 하는 게 세 공동대표의 꿈이란다. 이들은 “작곡되어 연주된 음악을 완성시키는 것은 객석”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음악을 연주하고 들어주는 관객이 함께할 때 멋진 음악이 우리 삶을 좀 더 여유롭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클래식 음악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하우스 콘서트의 문을 열고 들어왔으니 열심히 들어봐야겠다. 자꾸 듣고 접하다 보면 귀가 열리고 닫혔던 마음도 열리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새로운 장소에서 열릴 멋진 연주를 기대하니 그날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