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시작된 과수화상병이 충청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충주시 동량면 소재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20일 기준 누적 피해가 충주 15곳(4.7㏊), 음성 3곳(7㏊), 단양 2곳(0.8㏊), 괴산 1곳(0.01㏊)을 합쳐 21건 12.5㏊로 늘었다.

문제는 과수화상병이 중부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24개 농가, 21.1㏊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충남 천안과 충북 충주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직후 1주일 만에 24개 농가로 확산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234개 농가, 111.8㏊) 대비 18.8%에 달하는 면적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정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이들 농장들에 대해선 매몰작업이 진행됐고, 발생과원 100m 이내에 있는 농장에 대해선 긴급 예찰이 이뤄지고 있다.

화상병이 발생한 과수원에는 현재 외부인 출입이 차단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화상병 발생 원인과 확산 경로, 추후 발생 가능성 등을 파악하는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세균병의 일종이다.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한다. 감염되면 식물의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마르는 증상이 나타나며 괴사하게 된다.

심각한 것은, 일단 감염되면 치료나 방제약이 없어 전체 생산량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경 100m 이내의 과일나무들은 뿌리째 뽑아서 태운 뒤 땅에 묻는 방식으로 폐기해야 하는데 확산 속도가 빨라 이동통제와 같은 차단 조치가 필수적이다.

농진청은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관심은 평시 상황이며, 주의는 기존 발생지역에서 발생했을 때 내려진다.

예찰 기간도 24일까지로 10일 연장했다. 화상병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화 되고 있는 ‘기후위기’ 또한 과수화상병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다.

평균기온이 높으면 월동기를 겪으며 화상병균이 생존할 가능성이 커지고, 강수량이 많으면 습도가 올라 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과수화상병이 확산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에 예년보다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확산됨에 따라 가뜩이나 비싼 사과 가격이 더 크게 오를까 우려된다. 지난해에 이어 병해충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해 사과, 배 가격이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산을 막을 가장 중요한 방법은 기본 방역수칙 준수다.

특히 과거 과수화상병 발생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기존 발생 지역에서 가지치기·열매솎기 등을 하고 이동한 작업자가 다른 지역에 화상병을 전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철저한 예찰과 사후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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