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엔 일본 희로시마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정희 교사의 '일본의 수업문화와 수업실천'이라는 특강을 들었다. 서양교육 이론 중심인 우리나라 수업 연구 풍토에서 일본 수업 특강을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래 글은 이번 특강에 기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 둔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교와 수업문화를 면밀히 살펴보면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업문화의 가장 큰 다른 점은 연구 자료의 수집과 정리, 보관에 있다. 우리의 수업연구 자료가 일천한데 비하여 일본은 그 자료가 방대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 보관되어 있다. 일본은 1950년경부터 정리한 수업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수업연구자들을 불러 모아 수업연구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학교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시설은 낙후되어 있다고 하겠다. 학교에 비치된 텔레비전은 노화되었고 컴퓨터 보급률도 높은 편은 아니다. 학교 수업의 경우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보다는 여전히 칠판과 분필 활용 교육이 중요시 된다. 아울러 급식보다는 도시락을 가지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셋째, 우리나라와 유사한 방과후수업이 운영되지만 참여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방과후수업은 교과 수업 위주로 일본은 클럽활동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클럽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체육관은 학교 건물 중에서 시설이 가장 좋다. 모든 학교는 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학생들은 급우보다 클럽활동에서 만난 친구들을 더 좋아하고 담임교사보다는 클럽활동 지도교사를 더욱 신뢰한다.
넷째, 우리나라 수업은 철저히 교과서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일본은 교사가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한 단원을 가르치기 위해 관련된 지역사회 인사의 학교 방문을 요청하는 등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수업 준비를 한다. 공개 수업 후 실시하는 협의회에서도 교사의 활동보다는 교과서를 어떻게 재구성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학생활동 위주 수업방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일본은 교사활동 위주 수업방식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교사활동 위주 수업방식 이전에 학생활동 위주의 수업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학생들에게 적절한 배움을 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임형 수업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어 다시 교사활동 수업방식으로 되돌린 것이다.
여섯째, 우리나라 교육대학원에서는 이론 위주의 강의를, 일본은 학교 현장의 수업실천 위주의 강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사도 대학원에 진학할 시 훌륭한 학자가 되기보다는 훌륭한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나라 교육대학원에서도 학교 현장과 교사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여 학교 현장에 실제로 도움이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짧은 지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교와 수업문화를 살펴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서양 교육이론 일변도인 우리나라 수업 연구풍토에 일본의 수업문화와 수업실천이 던져주는 시사점에 대해 함께 고민할 이유는 충분하다. 좋은 수업이란 교사 한 개인의 몫이 아니라 동시대 모든 구성원들의 고민과 성찰이 만들어 내는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