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14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9명이 다쳤으니 늦었다.
그렇다고 넋 놓고 과거를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늦은 만큼 더욱 촘촘하고 튼튼한 안전망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지난 27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직접 재난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재난안전관리 강화 전략을 토대로 도민 안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꼼꼼히 추진하면서 미비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보완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예방중심 안전시스템 강화 △도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안전문화 확산 △미래 지속가능한 안전 전문 제고 3개 전략을 토대로 33개 재난안전관리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름철 호우 대비 인명피해 우려 전수조사 및 특별점검 대상을 411곳으로 확대하고 안전취약시설 1300곳에 대해 민·관 합동 집중안전점검을 시행한다.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반기 내 지하차도 30곳에 자동차단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지하차도별 4인(도로관리청, 읍·면·동, 이통장·자율방재단, 경찰) 담당제를 시행키로 했다.
또 궁평2지하차도에는 최고높이 4.3m, 직선 연장 520.7m 규모의 차수벽을 설치하고 있다.
미호강의 범람과 주변 침수 예방을 위해 미호강 퇴적구간 등을 준설하고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신설제방 공사도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집중호우에 따른 월류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괴산댐 지역도 홍수기와 기상특보 때 점검터널 개방 수위를 기존 133m, 130m에서 130m, 128.65∼119.65m로 낮추기로 했다.
괴산댐 상류에는 저류지를 만들어 월류 등 발생을 예방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아둔함을 뜻한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쓰거나 뉘우쳐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판하는 말이다.
보통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하는 늑장 행정을 비난할 때 인용한다.
먼 예로는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정부는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고 소방본부에는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전문구조인력 양성을 위한 119구조단이 생겼다.
1995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내 시트를 전부 내연제로 교체했고 열차마다 문을 여는 방법도 표기됐다.
가깝게는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인파 관리 대책을 부랴부랴 만든 것,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거나 어린이집, 학교, 종합병원 등의 24개 직군 종사자들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하는 것도 모두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의 사후 행정 결과다.
하지만 다시 소를 키울 생각이 있다면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욱 튼튼하게.
여기에 더해 외양간만 고쳐선 안 된다.
다른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담장과 대문, 울타리 등도 함께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조치에 '과유불급'이란 표현을 어울리지 않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결코 지나침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