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30일 개원했다. 192석의 거대 범야권과 108석의 소수 여당이라는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22대 국회의원 300명은 4년간 입법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6월 5일 열릴 첫 본회의에서 표결해 선출하게 되는 의장단이 어떻게 구성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을,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이학영 의원을 선출했다. 전반기 의장으로 확정된 우원식 의원은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을 지원하는 등 ‘행정부 위의 입법부’를 예고했다.
정식 개원식은 상임위원장을 모두 확정한 후 열린다. 현재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여야가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위원장 등의 자리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에겐 21대 국회에서 뼈아픈 실책이었다. 각종 법안이 번번이 법사위에서 가로막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71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제1당으로서 입법 주도권을 강하게 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첫 의원총회를 열고 ‘민생위기특별조치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여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까닭이다. 협치는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는 벼랑끝 갈등 속에 임기를 마쳤던 것으로 평가된다. 대화와 타협은 없었다. 원 구성 협상부터 여야는 법사위와 운영위 사수로 강하게 맞붙었고, 민생 법안 추진에선 ‘네 탓 공방’만 지속했다. 그래서 21대 국회는 지난 4년간 발의된 2만6851건의 법안 중 9479건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법안 통과율은 35.3%였다. 최악의 ‘식물 국회’라 평가받았던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 37.3%보다도 2%나 낮았다. 협치는 실종되고, 여야의 정쟁만이 활개를 치게 됐다. 연금개혁을 비롯한 구하라법, 아동기본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 예금자보호법 등 계류 중인 법안 1만6378건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래서 국회는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미움받는 기관 ‘0순위’였다.
22대 국회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부정적 전망만 돌아온다. 21대 국회를 이어 싸움은 더욱 치열하고 강퍅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대통령 지키기에 나설 것이고, 야당은 총선 압승을 허락한 국민의 뜻이 ‘정권 심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각 개원’이라는 36년 악습이 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여야가 개원 첫 단추인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을 제 때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회·운영위·과방위 등을 포함해 총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개원은 하세월이 될 수 있다.
특히 야당은 벼르고 있었던 채상병특검법을 곧장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대립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에 재의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야당이 강행 처리한 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 횟수는 기존 10번에서 14번으로 늘었다.
여야의 정쟁은 어찌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정치적 토대가 다른데다, 정당의 목표가 정권획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엔 당위적이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치적 철학이 수반돼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모습은 그래서 정쟁이 아닌 이전투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