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홍삼 비타민 등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날로 커져 이제 6조 2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선진국이 되어 수명이 길어지니 건강욕이 넘치나 분별력을 잃어 건기식을 장복하면 건강도 잃는다. 건기식은 의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즉 효능이 없는 보충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 과대광고에 속은 귀 얇은 이들이 많다. 의료법을 위반하는 과장 과대광고는 민주화 이후 단속하지 않은 지 오래다. 덕분에 오일장을 전전하며 쌈짓돈을 털던 약장수들이 대중매체에 버젓이 광고하는 기업가로 변모했다.
‘영국의학저널’은 얼마 전 의학 논문 하나를 발표했다. 생선 기름으로 만든 건강보충제인 ‘오메가3’에 대한 연구였다. 2021년 3월까지 약 12년간, 40세에서 69세에 분포한 사람 중 심혈관 질환이 없는 41만5737명을 대상으로 오메가3를 꾸준히 복용하게 하면서 그 작용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1만8367명이 심방세동을 얻었고 2만2636명이 심각한 심장질환을 얻었으며 2만2140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결론적으로 생선 기름 보충제인 ‘오메가3’를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한 사람도 심방세동, 심각한 심장질환 그리고 뇌졸중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메가3’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보충제로 다양한 건기식에 첨가되기도 한다. ‘오메가3’뿐만 아니라 홍삼 비타민 등도 꾸준히 복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고 이를 본 칼럼에서도 수차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선전 선동이 잘 먹힌다는 것이다. 6조가 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기식은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체질과 병증에 맞지 않아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홍삼이 만들어진 연원을 보아도 약장수들의 교활함을 엿볼 수 있다. 고려 때 인삼 장수들이 불로초로 속여 팔다 부작용 폐해가 심각해지자 인삼의 약효를 줄여 부작용을 줄이고자 만든 것이 홍삼이나 흑삼이다. ‘영양제를 장복하면 영양실조에 걸리고, 건기식을 장복하면 건강을 잃는다’라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은 전통 밥상이다. 구미와는 달리 우리나라 음식은 고조선 때부터 한의학적 검토를 거쳐 다듬어졌다. 고려 조선 때는 임금의 음식을 관장하던 식의가 별도로 있었다. ‘산가요록’은 현존하는 요리책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조선 세종 때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지은 책이다. 반 정도 유실되었지만 술 밥 죽 국 떡 과자 두부 요리 등 229가지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전순의는 음식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한국 최초의 식이요법을 기록한 ‘식료찬요’도 편찬했다.
우리가 자랑하는 조미료인 간장 된장은 고조선 시기부터 담가 먹었다. 김유신 장군 일화에도 등장한다. 지금은 마트나 온라인을 통해 간장 된장을 쉽게 사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콩을 수확하여 쪄서 메주로 만든 다음 겨우내 뜬 후 봄 되면 간장 된장으로 담갔다. 이후에도 매일 장독을 제대로 관리해야 장맛이 보존되었다. 이렇듯 어렵게 장을 담가 먹은 것은 장이 모든 음식 독을 해독하기 때문이다.
전통 밥상은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골고루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명실상부한 건강식인 전통 밥상을 버리고 장사치들의 감언이설이나 과장 과대광고에 현혹되어 스스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 젊은이들이 다양한 질병에 이환되고 초등학생조차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지어 뇌졸중에 걸리고 있다. 잘못된 식습관과 해로운 음식 그리고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건기식과 각성제 때문이다.
선진국 중 사기 범죄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의료 사기는 건강을 담보로 하기에 폐해가 크나 홍삼의 예를 보더라도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지금은 각종 첨단 의료기기와 의학용어를 동원한 ‘과학 미신’으로 보다 쉽게 우중을 기만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자산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식과 합리적 사고를 배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