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현대인을 위한 다큐멘터리 ‘20분의 기적 내 마음 설명서’ 3부작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 구글 내면검색, 유니콘 기업에 오른 캄(Calm) 등 ‘명상(meditation)’은 더 이상 종교적 수행이나 스트레스 관리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두뇌계발법이다.

동양의 대표적 자산으로 손꼽히는 ‘명상’의 과학적 접근과 연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동양 명상에 대한 확산은 서구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정신적 가치의 하락, 그에 따른 동양에 대한 호기심과 정신 및 물질의 상호관계, 명상을 통한 내면적 성찰 등 복합적 요소가 담겨 있다.

서양에서의 본격적인 명상 연구는 1960년대부터다. 미국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벤슨 교수는 1967년 초월명상 수행자 3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명상 전후에 혈압, 심박수, 체온 등 생리현상의 변화가 뚜렷함을 밝혀냈다.

1970년대 들어오면서 하버드 의대 그레그 제이컵 교수의 명상에 대한 뇌파 연구가 잇따랐고, 1990년대에는 fMRI, SPECT, PET 등 뇌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정교한 장비들이 개발됨에 따라 명상할 때의 뇌 상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에서는 ‘Mindfulness(마인드풀니스)’가 ‘meditation(명상)’ 단어보다 더 대중적이라는 사실이다. 국제적으로 ‘마음챙김’ 단어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1979년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한 MIT 의과대학 존 카밧진 교수 덕택이다.

MBSR은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라고 부른다. 다만, 마음챙김은 ‘알아차림’ 차원에서 스트레스 완화에 초점을 둔 명상의 한 종류이지 동양 명상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눈여겨 보아야할 사실은 존 카밧진 교수가 명상을 연구하는데 실제로 한국 불교의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과학계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한국식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90년 한국뇌과학연구원(구 한국인체과학연구원)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2010년 서울대학교병원과 공동으로 ‘뉴로사이언스레터’지에 ‘뇌파진동명상’ 효과를 처음 게재한 이후, 국제저널에 10여 편 넘게 발표하며 K명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뇌파진동명상은 한민족 고유의 선도 수련 원리에 기반한 훈련법으로 동적 명상과 정적 명상이 혼합된 형태의 명상. 마음챙김명상과 함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두뇌훈련법에도 포함되어 있을 만큼, 과학적 연구성과를 갖추었다.

국내 의학계에서도 명상의 도입 및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한명상의학회가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출범했고, 2018년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소했다.

명상은 지속 가능한 한류의 열쇠이기도 하다. 20세기의 한국이 아니라, 반만년 정신문화의 시간을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단군조선의 국자랑 등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몸과 마음, '심신(心身)'을 함께 단련했던 생활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인간 뇌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지만, 보이는 것을 향한 인류의 열망이 가속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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