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22대 국회가 반쪽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난 522대 국회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됐다.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자 여당은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고, 이에 따라 야당만 참여한 반쪽 개원이 이뤄진 것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는데, 야당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한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4년 전 21대 국회도 민주당 단독으로 개원했으나 당시는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다. 여러모로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세운 셈이다.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표결에서 민주당 등 야당들은 재석 192명 중 190명의 찬성으로 우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이학영 의원이 뽑혔지만, 여당 몫 국회부의장은 선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회의장 바깥에서 농성을 했기 때문이다.

우 신임 의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국회를 원만하게 빨리 구성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데도 여당 소속 의원들께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건 참으로 유감이라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미 정해진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시한인 7일까지 원 구성 합의가 안 되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향후 여야 갈등이 더욱 심화될 보이는 대목이다.

야당 단독 개원에 당장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6일 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22대 국회를 단독 개원해 국회의장을 선출한 것과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총선에서 국민께서 보여주신 민의를 오독했다국회의 관례와 지금까지 의회의 역사를 깡그리 무시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법대로를 외치고 있지만, 결국 국회 운영은 민주당 맘대로가 돼가고 있다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이 ‘7이라는 원구성 합의 시한은 못박은 데다 상임위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파행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열린 특검 정국이 혹여 민생 실종으로 갈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여야는 모두 상대 당 핵심 인물을 겨냥한 특검법을 줄줄이 발의하면서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자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 특검법으로 맞불을 놨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녀 논문 대필 의혹을 대상으로 한 특검 카드를 꺼내 맹공에 나섰다.

상임위 배분 문제와 특검법은 여야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과 같다. 밀리면 끝장이란 인식 또한 팽배하다. 대립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또 다른 대립을 낳을 수밖에 없다. 협치는 발디딜 틈조차 없게 된다.

초장부터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가 언제쯤 상생의 길을 모색할지 매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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