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너무 큰 까닭에 정상화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활로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문제의 시작점은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는 것에 있다. 이 지점에서 여야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본래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법안 발의가 각 상임위원회에 회부와 상정을 거쳐 올라오면, 체계 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의 표결에 부쳐지도록 하는 곳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론 국회의 모든 법률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길목에서 법사위가 목줄을 죄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그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의석 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발의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결과를 맞았었다. 그런 상황을 되풀이 하면 안 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그러니 의석수 171석을 갖고 있는 원내 1당인 만큼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고 여당이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가야 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주요 핵심 상임위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야당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각각 다른 정당이 맡았던 관례를 강조하며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원장도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민주당은 법사위와 운영위 등 11개 주요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단독 선출하면서 22대 전반기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단독 선출을 일방적인 폭거로 규정했다. 향후 상임위 일정에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정사 최초로 여당이 본회의에 이어 상임위까지 보이콧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당내 자체 특위 가동에 들어갔다. 당분간 국회는 야당이 주도하는 상임위와 정부·여당이 함께 하는 특위로 나뉘는 이중 구조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상임위를 대체할 15개 특위 활동을 시작했다. 4년 전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18개 상임위를 포기했었다. 그땐 야당이었다. 당시 미래통합당 역시 당내 특위를 운영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한 달도 안 돼 상임위에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엔 정부가 특위와 함께 하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 등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22대 국회가 더욱 난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해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민의이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견제를 택했다. 여당이 획득한 108개의 의석 수와 192개의 거대 야권 의석 수는 거부권을 남발하는 행정부에 대해 입법 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여야가 갈등을 겪고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일이다. 정치적 기반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와 같은 국면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방법론은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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