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오전 2시 30분 북한에 도착했다.

24년 만의 방북이다. 24년 전 푸틴은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집권하던 당시 방북한 바 있다.

푸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하고 있는 북러 관계를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이번 방북은 ‘보은’의 성격이 짙다.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진 것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굳건히 지지해주고, 국제무대에서 공동 노선을 취해준 것에 기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국제적 비난과 전황의 불리함 등으로 푸틴이 사면초가에 몰렸을 때, 북한은 거의 유일하게 지지와 지원을 해줬다.

이에 더해 북한은 포탄 100만개와 탄도미사일 등 컨테이너 1만1000개 분량의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해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과 물자를 제공받으려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러시아 입장에선 은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의 ‘절실함’에서 추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미·일 안보 블록화가 심화된데다 3국 군사협력이 강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중·러의 밀착 움직임은 ‘반작용’처럼 진행돼 왔던 것이다.

북한의 고립화도 한 몫 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협상 무산 이후 고립화의 길을 걸었다.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실험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제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연결됐던 것이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앞서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바 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동반자 관계,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 동맹 순에서 네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한국 입장에서 긍정적인 것은 동맹 조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의무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조항이 생긴다면 이는 동맹 관계 격상으로, 우리 안보에 치명적 상황이 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한국을 적으로 돌리려 하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에라도 동맹으로의 격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은 지난 5일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 방문을 앞둔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였던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가 취해야 할 견제구다.

때마침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지난 18일 열렸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블록화된 대립이 진행되고 있고, 푸틴의 방북이 이뤄진 시점에서 보면 이는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최근 중국은 유커 등을 다시 한국에 보내는 등 한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드’ 이후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던 게 사실이지만, 역으로 한국은 이번 북·러 밀착을 한·중 관계 개선의 외교적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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