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여행은 어딜 가든지 다 좋다. 그런데 기왕이면 안 가본 곳을 가고 싶어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서유럽을 가고 싶다고 했다. 오래전에 갔다 왔지만 또 가도 좋을 것 같아 함께 가기로 했다. 설레는 맘을 안고 영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우리나라는 자동입국심사국 12개 나라 중 하나로 여권스캔만으로 입국 가능했다. 우리나라 위상이 느껴져 기분 좋았다.
19년 만에 다시 찾은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가본 곳도 새롭게 다가왔고, 처음가보는 곳은 설레고 기대도 많이 되었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올라갔는데 전에는 열차만 타고 갔었는데 그때 없던 곤돌라가 생겼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스위스의 목가적인 마을 모습이 너무 예뻤다. 스위스에서는 주변에 꽃을 심던지 경관작물을 재배하면 나라에서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준단다. 그 덕분에 관광객들은 스위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에펠탑에서 바라보는 파리는 유유히 흐르는 센강과 24년 올림픽으로 공사 중인 곳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바티칸시국은 지난번에 왔을 때도 오래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 두세 시간을 기다리는데 이 지루한 시간을 이용하여 현지 가이드는 자료를 미리 준비하여 사전 설명을 해주었다. 입장하고 나면 사람이 많아 설명할 시간이 없단다.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번 가이드처럼 열정적인 분은 처음 본다. 덕분에 빠른 시간에 관람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본 폼페이와 소렌토, 나폴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폼페이는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는 옛날 우리나라의 완행열차보다 열악한데 자리가 없어 계속 서서 갔다. 폼페이는 역사시간에 들어본 게 고작이지만 직접 현장에서 본 폼페이는 대단했다. 이천 년 전의 목욕탕을 바라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남아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카프리 섬을 돌며 청정한 바다 주변의 작은 바위섬에 아기자기한 나무가 보기 좋았다. 카프리 섬 투어를 마치고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은 지금도 생각이 난다. 나폴리는 세계3대 미항 중 하나인데 우리가 간 날 나폴리항구에 커다란 크루즈가 2대나 정박해 있었다. 그 웅장한 배를 보자 크루즈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와 유럽의 차이를 많이 실감했다. 우리나라는 아침을 중요시하는데 이곳은 저녁 만찬을 즐긴단다. 그래서인지 호텔에서 먹는 아침이 너무 부실하다.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호텔 시설도 노후화되어 불편하고 세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화장실 사용도 거의 유료가 많다. 공원에 있는 화장실은 카드를 사용하는데 카드에 와이파이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단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데도 추가반찬은 물론 물도 사먹어야 하는 것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휴게소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매번 여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여행을 갔다 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 말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식당에 가면 물은 필수, 반찬과 커피까지도 아낌없이 주는 곳이 우리나라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우리나라의 넘쳐나는 인정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