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을 정조준한 채상병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지난 21일 열렸다. 그러나 ‘혹여나’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라는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워 ‘방어막’을 쳤던 증인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실망스런 과정은 오히려 ‘채상병 특검법’ 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12시간 넘게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진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는 순탄치 않았다. 증인들의 계속된 답변 거부와 채 상병 의혹의 키맨들이 청문회서 강제 퇴장 조치 당하는 등 파행에 가까웠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각각 10분씩 퇴장시켰다. 이 전 비서관은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의원들의 잇따른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계속 거부했고, 이 전 장관과 임 전 사단장도 의원들의 질의 도중에 여러 차례 끼어들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들은 정 위원장으로부터 퇴장 조치를 당했다. ‘VIP 격노설’의 진원지로 알려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하는 대신 오후 늦게 ‘화상 회의’ 방식으로 증언대에 섰다. 증인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 증언할 수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비껴갔고, 경우에 따라선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오후 11시께 단독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지 22일 만이자 법사위에 상정된 지 9일 만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가 1명씩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도록 했다. 수사 기간은 70일로 하되 필요한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고, 이후 수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추가 연장할 수 있다. 특검 준비기간인 20일 동안에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해 수사 기간은 최대 150일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7월 19일과 1년의 통신기록 보존기한을 고려해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특검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이재명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오만함 그 자체였다. 증인을 대하는 기본태도가 ‘윽박지르기’, ‘조롱하기’였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청문회에서의 진행 과정이 무엇을 가리키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 수뇌부가 개입된 권력형 의혹은 그것과 관련된 동기와 지시가 대부분 뒤따른다. 의혹에 관련된 이들은 거스를 수 없는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거나, 숨겨진 이권이나 밀착 관계에 따라서거나,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권력·이권 등이나 사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의혹에 대한 규명은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예상되는 과정은, 여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청할 것이고, 이에 맞춰 대통령은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거부권에 앞서 이번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자식과도 같은 한 해병대 병사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철저한 의혹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