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현대 사회의 급변 속에서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세대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처세대’이다. 마처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동시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를 의미한다. 필자도 마처세대 중 한 명이라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책임과 부담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세대이다.

지난 6월 3일 발표된 전국 60년대생(만 55세~64세) 성인남녀 9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60년대생 돌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29%)이 본인이나 배우자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부모가 있는 60년생 44%가 본인이나 배우자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으로 월평균 73만 원을 주고 있었다. 49%가 본인이나 배우자 부모가 아프거나 편찮아서 돌봄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이 중 32%는 부모를 직접 돌보고 있다고 답했다. 84%가 평균 2명의 자녀를 뒀고, 이들 중 43%가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으로 월평균 88만 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는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를 부양하는 이른바 '이중 부양' 상황에 처해 있었으며, 돌봄 비용으로 월평균 약 164만 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반면에 이들이 처해있는 경제적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연령대별 실업급여 수급자가 60∼69세가 19만2369명(28.3%, 2024년 4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는 통계 역시 이와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업급여 수급자 내 고령자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60세 이상이 비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처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다. 전통적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자녀의 당연한 의무로 여겨졌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가치관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해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동시에 마처세대는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보다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점점 감소할 것이다.

마처세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자신이 부모를 부양했지만, 정작 자신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자녀들에게서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정서적인 충격과 더불어 경제적 불안정까지 동반하게 된다.

마처세대는 부모를 돌보며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초래하며,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마처세대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노인 부양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 복지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 노인 돌봄 서비스의 확대와 경제적 지원을 통해 마처세대의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마처세대 3명 중 1명은 자신이 고독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마처세대는 격랑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마처세대가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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