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임명옥 우송대학교 교수
수업을 마치자마자 어려운 회의에 참가해야 했다. 회의 장소가 좀 떨어져 있어서 차를 갖고 갔는데, 평소 주차하기 어려운 곳이라 마음이 조급했다. 마침 건물 바로 앞에 공간이 있었고 자리를 뺏길세라, 최대한 신속하게 주차했다.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와~아!’하는 표정으로, 분명 그런 표정으로 필자의 차를 바라보고 있는 차창 밖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표정의 의미를 파악할 여유가 없어, 후다닥 건물로 들어가려다 흘깃 주차된 차를 봤다. 세상에나! 차 한 대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공간에, 필자가 정확하게 그것도 한 번에 주차를 한 것이다. 주차 광경을 목도한 사람들은 필자의 운전실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동시에, 머리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냐하면 사실 필자의 주차 실력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날은 마음이 급해서 무슨 초능력이 발휘가 된 건지, 평생 한 번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대단하다’는 듯한 눈빛은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달콤했다. 필자의 진짜 주차 실력을 모르는 낯선 이들의 감탄에 어깨가 으쓱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느낌 때문에 ‘척’하고라도 살고 싶은 것인가 하는 생각에, 그날의 느낌을 ‘가짜에 대한 감탄’이라고 명명해서 맘속에 저장해두었다.
꽤 오래전 일인데도 불구하고 간혹 그날이 생각나면, 느낌이 살아나고, 여전히 달달한 것도 신기하다. ‘감탄’ 받을 만한 일을 별 못하고 살아, 그날의 ‘감탄’을 이렇게 오랫동안 품고 사나 싶은 생각에 좀 모양새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찰나의 감탄이 이런 느낌이라면, 찰나의 질책도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자동반사적으로 이번 학기 기말에 제출된, 학생의 보고서 하단에 또박또박 쓰여 있던 메모가 떠올랐다. “선생님, 제가 핸드폰을 봐서 죄송합니다. 수업이 싫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수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꼬리표가 붙어서 가능성이 없을까 두렵습니다.”
외국 학생이 쓴 글이라서 마지막 문장의 뜻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 ‘계속 자신을 나쁜 학생이라고 생각할까 두렵다’는 의미일 것 같다. 이런 메모를 받게 된 배경은 이러하다. 수업 중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핸드폰을 봤다. 필자가 욱해서 앞 좌석에서 핸드폰을 보는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보는 것은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겠지요?’라며 주절주절 쓴소리를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은 핸드폰을 엎어놓고 고개를 푹 숙이는데 귓불이 빨개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학기 내내 앞자리에 앉고, 결석 한번 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두렵다’고 쓴 메모가 또렷이 떠오른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그날 핸드폰을 본 것에 대한 질책이었을 뿐, 나쁜 학생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자를 보냈다. 학생에게서 학생의 모국어로 된 회신이 왔다. “핸드폰을 본 것은 명백하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습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시의 감정만 생각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학생과 제대로 소통을 하고 생각해보니, ‘가짜’는 아니었다. 그날 주차는 정말 끝내줬다.


진정한 소통을 통해 찰나의 질책은 진심 어린 가르침이 되었다람쥐
이는 겉으로 드러난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다람쥐
그렇게 작가의 자아 인식도 긍정적으로 전환된다람쥐
"가짜"를 진짜로 믿게 된 중요한 계기였던 것이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