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는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화재 참사였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 전곡해양산업단지에 있는 리튬 일차전지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 중 지문 등으로 신원확인이 가능한 시신은 단 3구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은 남은 시신 20구의 인적 사항을 특정하기 위해 DNA 채취와 대조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 사고 이전까지 최다 사상자를 낸 화학공장 화재는 지난 1989년 10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럭키화학 폭발 사고였다. 당시 사망자는 16명이었다. 그보다 더 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속수무책이었다. ‘화학 공장 화재’라는 새 유형의 재난 앞에서 소방당국은 ‘2차 확산 방지’와 ‘사후 수습’ 말고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었다. 물이나 이산화탄소 살포 등 통상적 방법으로 끌 수가 없는 리튬 화재의 특성 탓에 소방당국은 방화선을 구축하기만 했다. 사실상 ‘자연진화’가 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는 뜻이다. 특수 유형 화재에 대비해 소방당국이 만든 진압 매뉴얼은 생명을 구하는 데 무기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공장 직원에 따르면 지난 22일에도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안전하게 대처해 처리했다’고 하는데, 이는 소방당국이나 112에 신고도 없이 자체 종결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은 바꿔 말하면, 언제든지 진압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대형화재에 노출돼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에 희생된 작업자들 가운데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중국인이 17명, 라오스인이 1명이었다. 이들의 모두 파견업체에 소속된 일용직이었다.
이번 화재에서 인명 피해가 컸던 가장 큰 이유가 작업자들이 신속한 대피 대신 초동 진화에 나섰다가 출입구 반대쪽으로 대피했다는 것과 이들 대부분이 공장 내부 구조에 익숙지 않은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였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이는 감추고 싶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저렴한 노동력에, 쉽게 대체할 수 있고, 관리 비용 또한 별반 들지 않는 이방인들이 우리 사회의 위험한 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고용에서도 안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이들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안전 점검을 주기적으로 받았고, 금속화재용 분말소화기도 비치돼 있었다고 하지만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개선돼야 할 점은 또 있다.
소방청이 2023년에 마련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를 보면, “(리튬과 같은) 가연성 금속은 분말이 공기 중에 부유하면 폭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물·폼·할로겐약제·이산화탄소 소화기로는 소화할 수 없으며, 진압 후에도 장기간 고온 발화된 상태가 유지되므로 수분 접촉 등을 통한 재발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말은 또 다시 같은 유형의 화재가 발생해도 공세적 진화작전을 벌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조항을 개선하기 위해선 금속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할 소방장비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소방법에는 ‘금속화재’가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 소화기를 개발할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전용 소화약제를 넣은 소화기가 필요하지만, 표준소화기나 설치 의무 규정이 없는 것이다.
법령 정비와 적절한 대응 준비 등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