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북한은 올해 5월 하순을 시작으로 6월 하순까지 남한으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오물 풍선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 강원, 경북 등 전국에서 발견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2024년 6월 초순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다. 추락한 오물 풍선 내용물을 확인한 결과 폐전선, 거름, 생활쓰레기, 분뇨, 중국산 폐건전지 등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식별되었다.

북한이 남한으로 오물을 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우선, 남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 전단에 대한 보복적 행동이다. 또는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남한 사회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물을 보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북한 전문 의원은 오물 풍선을 보낸 이유를 남한 국민들은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는 등 쓰레기와 오물, 위생에 대해 대단히 예민하기 때문으로 보았다. 북한 과거 자신들이 보낸 선전물 CD나 대남전단지에 우리 국민들이 전혀 반응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남한 국민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위생적 부분을 건드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오물에 불편함을 느껴 대북 전단을 보내지 못하게 요청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오물 풍선 사태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전에는 없었던 행위로 판단된다. 생각해보면 기발한 착상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 상대방이 못마땅하거나 불쾌할 때 욕을 하거나 침을 뱉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오물을 뿌리는 것은 그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욕을 하는 경우를 간혹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욕을 하면 강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양이가 털을 세우고, 닭이 깃털을 부풀리고 꼬리를 세우듯이 학생들은 욕을 하면서 자신이 약한 존재가 아님을 과시한다. 저급한 욕설을 통하여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이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오히려 욕을 많이 한다. 욕을 통해 자기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은 일종의 욕설이나 침의 범주를 넘어선 그야말로 오물을 보낸 것이다. 오물 풍선 투척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약한 존재가 아님을 과시하기 위해 욕설을 하는 것과 동일한 의도를 지닌다. 학생들이 자신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욕설을 하면 할수록 고립되듯이 북한의 행위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이러한 행위를 지속할수록 정권의 약점도 적나라하게 노출된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리사 펠드먼 배럿이 말했듯이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다. 감정 표출은 필연적이 아니라 감정 개념이 의미 있고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정 사회적 맥락과 연관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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