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환 세계 정상 정복
한국의 권투 반탐급 챔피언 洪秀煥(홍수환) 선수는 3일 밤 더반에서 세계권투협회 WBA 반탐급 챔피언인 남아프리카의 아놀드 테일러와 가진 15라운드 타이틀 매치에서 시종 우세한 플레이로 심판 전원일치의 판정승을 거두고 새로운 WBA 반탐급 챔피언이 되었다.
이로써 洪 선수는 金基洙(김기수) 선수에 뒤이어 2번째로 世界(세계) 頂上(정상)을 정복했다.
WBA 보이 리 회장을 비롯한 약 5천명의 관중이 지켜본 가운데 거행된 이날의 대결에서 洪 선수는 게임 초부터 그의 강펀치를 테일러 선수에게 퍼부어 제1라운드에 테일러를 다운시키는 무서운 저력을 과시했다.
테일러는 강력한 라이트를 작렬시키는 洪 선수의 강펀치에 계속 연타를 당해 속수무책, 7라운드와 8라운드에서만 洪 선수에게 약간의 펀치를 가해 우세를 보였을 뿐이다.
이 대전에서 洪 選手(선수)는 제11라운드에 오른쪽 귀가 찢어져 계속 피를 흘리면서도 시종우세한 경기를 벌여 제1라운드에 이어 제5·14·15라운드에도 테일러를 다운시켰다.
그러나 그는 이날 시합 도중 계속해서 너무 허리를 굽혀 主審(주심)으로부터 수차 주의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제8라운드에서는 벌점 1점을 받기도 했었다. <9035호·1974년 7월 5일자 1면>
1970년대 한국을 지배했던 스포츠는 단연 복싱과 레슬링이었다. 레슬링에 김일이 있었다면, 복싱엔 홍수환이 있었다. ‘레슬링은 쇼’라는 소문이 떠돌면서 그 인기는 점차 식어갔지만, 복싱은 그 이후로도 한국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였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었던 복싱의 근성은 ‘헝그리 정신’이었다.
홍수환은 1950년 5월 26일 출생이다. 올해로 75세. 저돌적인 공격과 현란한 테크닉을 자랑하던 청년 홍수환이 이젠 ‘노인’이 됐다. 참 세월 빠르다. 통산 전적은 53전 44승(14KO) 5패 4무.
50년 전 기사에 나오는 승전 소식은 홍수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74년 7월 3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개최됐던 경기에서 홍수환이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15라운드 판정승으로 이긴 것은 한국 복싱 최초의 원정 경기 승리다.
그는 이 당시 승리로 WBA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1966년 김기수 선수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이긴 이후로 8년만의 승리다. 한국 복싱 사상 두 번째 세계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홍수환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이로부터 3년 뒤인 1977년. 그해 11월 27일 WBA에서 신설한 Jr.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 홍수환은 출전했다.
상대 선수는 파나마의 헥토르 카라스키야. 그는 홍수환과 만나기 직전까지 11전 11승 11KO승을 거두고 있었다. 최강의 상대였다는 이야기인데, 일각에선 카라스키야가 쌓아올린 전적의 상대 선수가 약체였다는 반론이 있기도 하다.
홍수환은 2라운드에서만 4번 다운을 당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3라운드에서 역전 KO승을 거두며 WBA Jr.페더급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4전5기’의 신화는 그렇게 완성됐다. /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