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얼마 전 황당한 기사가 올라왔다. ‘로봇주무관 계단서 뛰어내려’. 호기심을 자극했다. 구미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월 임대료 200만 원을 들여 도입한, 시청 내 단순 우편 배달 임무를 맡은 AI로봇이 업무 중 원인불명의 사유로 계단에서 추락했다는 내용이다. 첨단 도시 이미지를 기획한 구미시가 혁신 아이템을 도입해 화제가 되었고, 논란도 만들었다. ‘혁신’의 효용과 부작용을 동시에 경험했다. 기사 제목과 댓글에서 ‘두려움’이 느껴진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아마존에서는 이미 AI 로봇을 물류 창고에 도입했다. 2012년부터 창고 시설에 로봇을 활용하기 시작하여 2021년 약 75만 대를 운영하였고, 창고 근로자의 절반 수준을 만들었다. 이들 로봇은 인간 노동자 운영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아마존은 자체 로봇 생산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AI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기능을 닮은 AI 로봇)가 물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채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아마존은 ‘더럽고, 위험하고, 지루한’ 업무를 위한 로봇일 뿐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 AI 킬러로봇이 등장했다. 러시아의 막강한 군사력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우크라이나 전장은 AI 킬러로봇 개발 도입에 관한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AI 킬러로봇의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군사적 가용성은, AI 미지(未知)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오직 개발’이라는 코너로 밀어붙였다. 자동차 경주에서 드론이 경주차를 찾아 따라가면서 촬영하던 기술이 전장에서 적군을 표적으로 찾아가며 공격하는 기술로 적용되었다. 러시아의 값비싸고 막강한 화기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철물점에서나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조잡하게 만든 기계에 AI 알고리듬이 프로그램된 마이크로칩을 적용해 가성비 높은 킬러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러시아 역시 자율 살인 로봇을 개발 중이다. 서방의 금수(禁輸)조치에 묶여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아직은 확실한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러시아도 멀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군수품 재고, 생산량 분석뿐만 아니라 군수품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김정은을 전격 방문한 푸틴의 행보나 중국, 아프리카, 남미 등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외교 정세 정보를 근거로 러시아의 무기는 올 연말 즈음부터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강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 텔레그램을 보급한 러시아가 해킹으로 전략을 선회하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 해킹으로 무너진 AI 알고리듬이 만들 상황은 현재로선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더 염려된다.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은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영화 속 장면 현실화의 서막일까? 끔찍한 상상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 정부와 AI 관련 첨단 기업들은 앞다투어 AI 정책 방향의 설정과 헌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I 통제 필요성이 현실화하였다는 증거다. 최근 전장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AI 로봇의 딥러닝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표준과 윤리적 통제를 위한 핵심 기술, 그리고 비상시 강제 적용 기술 등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AI 로봇과 공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시스템이 신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AI 킬러로봇은 이미 전장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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