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속전속결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지난 4일 국회의 문턱을 넘어 정부로 이송된 지 나흘 만에 돌아온 대답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15번째 법안이 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첫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재의요구안을 오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을 두 가지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는 것과,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로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를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 또한 두 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오는 19일 채 상병 1주기 직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털어버린 건 일찌감치 털어버리자는 뜻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문자’ 공개로 친윤과 반윤이 사활을 걸고 계파 갈등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미뤄봤자 당내 분란의 소재로만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야권 반응은 격앙됐다.
야당은 “대통령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사 윤석열의 잣대대로라면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 대통령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했고, 김준형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도 “수사외압 진상을 규명하려는 데 윤 대통령이 거부했으니, 이제는 윤 대통령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시민단체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대통령실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수사 외압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극한 대립은 결국 청문회가 열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증인으로는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 등이 채택됐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22명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도 당연히 여야 인식의 차이는 현격했다.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전 대표 방탄을 위한 수단’, ‘국론 분열시키는 망동’이라고 각을 세웠다. 대통령 탄핵 추진 과정도 위법하고 탄핵 사유도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이번 청원이야말로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청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결과가 특검법의 무용론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특검서 판단 뒤집힌 경우 매우 많다. 그래서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정확한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