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오후 12시 30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 딜리 플라자 인근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집권 3년차로, 재선 출마를 1년 앞두고 있었던 존 F. 케네디 35대 미국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 린든 B. 존슨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이 지역에 유세 차 왔다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 전 세계를 관통한 이 총성은, 그리고 세계 역사를 바꾸어 버렸다.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함께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에 도착한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준비된 링컨 컨티넨탈 차량을 타고 딜리 플라자 인근으로 향하는 도중 피격 당해 사망했다. 암살범은 해병대 출신의 리 하비 오즈월드. 그러나 오즈월드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부인하며 “나는 봉(patsy)이다”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오즈월드는 이틀 뒤 경찰서에서 감옥으로 압송되던 도중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경영자 잭 루비에게 살해당했다. 음모론의 확산은 이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총격자와 유세 참가자 한 명 등 모두 두 명이 사망했고, 현장 참가자 두 명이 부상했다.
트럼프는 사건 발생 2시간 반 만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믿기지 않는다. 총격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해준 비밀경호국과 모든 법 집행 기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나는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다. 윙윙 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고, 총알이 피부를 찢는 것을 즉시 느꼈다는 점에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고도 했다.
26대 대통령을 지낸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년)는 진보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한 1912년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 존 슈랭크라는 독일계 청년이 범인이었다. 루스벨트는 가슴에 총알이 박혀 붉은 피가 흘러내렸는데도 “유권자와 약속한 연설을 이행해야 한다”며 병원 치료도 거부한 채 유세장으로 이동, 90분 간 연설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총알은 폐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 박혔는데, 고도 근시 때문에 양복 주머니 안쪽에 늘 갖고 다닌 안경집과 원고 뭉치가 ‘방탄’ 역할을 했다고 한다. 루스벨트는 “결코 총알 하나로 날 죽이려 했다니 나는 죽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이 때 박힌 총알을 빼내지 못해 평생 몸에 지니고 살아야 했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중 야마가미 데쓰야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테러로 사망한지 9개월 만에 기시다 후미오 현직 총리에 대한 폭발물 테러가 발생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구 선생의 암살 사건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치적 테러는 비열한 짓이다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주요국의 정치인들의 유세 때마다 테러 사건이 발생해 ‘피습 포비아(공포증)’라는 말까지 나온다.
트럼프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툭하면 문제적 발언을 쏟아내곤 했다. ‘퍼스트 아메리카’가 그의 정치적 신념이기 때문이다.
테러를 일으키는 것은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특정 지도자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생명을 빼앗으로 하는 일은 매우 비열한 짓이다.
테러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