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여야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이 특검법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통과됐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결 투표까지 진행한 결과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 들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각 야당은 특검법을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인 와중에 전자결재를 통해 속전속결로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권으로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의 입장에선 21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재의를 통과시키지 못할 확률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파훼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거부권 없는 상설특검이다.

상설특검은 별도 입법을 통한 특검과 다르다.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2014년 도입된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본회의에서 특검 임명 요청안을 의결할 경우 가동할 수 있다. 국회 의석 수의 과반을 점유한 민주당이 자력으로 상설 특검을 충분히 가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상설특검이 도입된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이 그것이다.

상설특검법은 법무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등 당연직 3명과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반 의결로 특검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은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여기서 민주당이 파훼법으로 찾은 게 바로 국회 추천 몫이다.

국회 규칙에 따르면 두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권을 갖게 된다. 여기서 민주당은 여당 추천권을 배제하도록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규칙 개정은 운영위 소관으로 해당 상임위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의 박찬대 원내대표다. 규칙 개정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민주당이 개정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건 피의자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 등일 땐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의 교섭단체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단서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특검에 비해 상설특검은 권한이나 수사 기간이 미흡하다. 그럼에도 야권은 특검법 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고육책이라도 쓰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수사권을 민주당이 가로채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특검 추천권을 규정한 국회 규칙을 야당 입맛대로 고치는 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변수는 국민의힘에 있다.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대법원장 등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직접 여당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 후보의 당선 여부가 그것이다. 또 다른 출구가 열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채상병 특검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권에서 어떤 해법을 통해 이를 해결할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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