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달 퇴직 동기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 최고의 여행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지 싶다. 설레는 맘을 안고 인천공항으로 가는데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여행 잘 갔다 오라는 전화겠지 하고 받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어머님 언제오세요?” 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가라앉은 목소리라 무슨 일 있어? 하니 어머님께 드릴 말씀이 있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무슨 일이냐고 하니, 드릴 말씀이 있는데 다녀와서 말씀드린단다.

불안한 마음에 무슨 일인데 하자 “어머니, 저 애기 가졌어요.” 한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면서 눈물이 났다. 아들이 둘째는 안 난다고 해 포기하고 있었다. 손녀 하나 키우는 것만 봐도 너무 힘들어 보여서 기대도 안했다. 뜻밖의 기쁜 소식을 안고 떠난 4박 5일 여행은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울 엄니도 엄청 좋아하셨다. 당신이 사랑으로 키운 손자가 둘째를 가졌다 하니 왜 안 기쁘겠는가. 평소에도 둘째를 많이 기다리셨지만 말을 못했던 엄니다. 며느리가 손녀딸에게 동생이 생겼다고 하자 동생이 싫다며 옆집 주라고 했단다.

동생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물으니 ‘고은이 동생’으로 하라는 손녀 말을 들으며, 우리 딸 어릴 때가 생각이 났다. 저 혼자 있다가 동생을 낳으니 동생을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고, 저도 이 빼고 아기 된다고 했었다. 아이들도 부모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일게다.

그런데 아들과 며느리는 태몽을 꾸지 않았단다. 그런데 우리 딸이 두 달 전에 꿈을 꾸었는데 동생이 아이를 안 난다고 했기 때문에 말을 안했단다.

딸 꿈에 엄마하고 이모들이 다 모였는데 바다에서 펄떡이는 큰 물고기를 엄마가 확 잡았단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손주를 원해서 큰 고기를 잡았나 보라고 딸이 말했다. 올케의 임신 소식을 듣고 태몽 꿈을 동생에게 만원에 팔았단다.

그래야 태몽 꿈이 동생 것이 된다고. 엄마에게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해준 딸에게 손자들과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보내고 나니 기분 좋다.

우리 딸도 큰 손자를 낳고 둘째 계획이 없었는데 여섯 살 터울로 둘째가 태어났다. 그런데 둘째가 너무 예뻐서 지금 이대로 자라지 말고 멈췄으면 좋겠다고 종종 말한다. 아들도 내년에 태어날 손주가 다섯 살 터울이니, 얼마나 예쁠까 지금부터 가슴이 벅차다.

아들까지 둘째를 가졌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지금 손녀를 봐주고 있지만 둘째가 태어나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일이 많아지더라도 그것은 나중 일이고 지금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하다.

가족이 는다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인구증가율이 0.72인 우리나라에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뿌듯하다.

친구들 중에는 결혼 안 한 자녀가 많아 걱정이지만 자식들에게 말을 못한단다. 요즘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식들에게도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말을 차마 못한다고도 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모두가 애써야 할 것 같다.

물론 손주 보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나 손주 보는 기쁨이 그 힘든 것을 이긴다. 손주 자랑 마음껏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것이 나만의 욕심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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