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를 둘러싼 세간의 이목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 한-미 FTA 관련 발언으로 불거진 정체성 논란은 물론,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주고 받은 '차차기 대선주자론'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소신과 원칙주의자로 통했던 그가 취임 1년여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름 아닌, 정치와 행정을 오가며 보여 준 그의 발언과 행보가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버스 반대'와 'FTA 찬성'으로 요약되는 안 지사의 발언은 소신과 변절이라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도지사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실사구시를, 후자는 흔들리는 정체성으로 자신의 정치적 모태를 부정한 것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도지사의 직함을 가진 그가 각종 현안에 대해 어떤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가에 있다.

지난 선거에서 안 지사의 당선은 행정적 의미보다는 정치 중심적 시각에 큰 비중을 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정치보다는 행정을 잘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 대목에서 1년여 전, 젊은 도지사로 200만 충남도민의 선택을 받았던 그를 평가했던 목소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지사'라는 수식어만으로도 부족해 언론과 호사가들은 '충청권 지각변동'이라는 말도 모자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는 안 지사를 뽑아 준 유권자의 표심과는 달리 그를 중앙정치의 논리와 틀 속에 가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안 지사는 이 같은 시각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다. 취임 1년 동안 연공서열과 격식에 치우친 조직문화를 탈피하기 위한 행보를 거듭했다.

직급을 넘어 일선 과장급 이하 직원들과 자리를 같이했는가 하면, 도 산하 16개 지자체를 찾아 현장투어를 시행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 지사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강조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쪽으로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까지 적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전철 노선조정 문제다.

당초 충북과 충남의 단일안 계획을 요구해 온 중앙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안 지사는 '중앙정부의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표현으로 어물쩍 현안을 비껴갔다. 이로 인해 노선문제는 예비타당성조차 불투명해졌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물론, 천안과 연기 모두 '내 구역'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한 대목이 있다.

도지사의 직분이 정치와 행정을 아우르는 것이라면, 이 대목에서는 중앙정부와 기초단체 사이에서 분명한 조정자 역할을 했어야 했다.

열쇠를 중앙정부에 넘긴 상황에서 공정한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발언은 1차 조정자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놓아 버린 것이다.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예단할 수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한 안 지사의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

중앙정치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안 지사의 고민 또한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붙은 명함은 정치인에 앞서 200만 충남도민의 살림살이를 챙겨야 하는 도백이 먼저다. '차차기 대권' 등 정치적 소신도 좋지만, 지사로써 평가받는 일이 더더욱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와 행정을 아우르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갈등을 통합하고 이끄는 일이 정치'라고 스스로 강조했던 그가 과연 어느 선, 어떤 현안까지 정치적 문제로 보는 지 자못 궁금하다.



/장중식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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