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얼마 전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모 일간 신문사 청주 오송지국이라고 했다. 전화 내용인즉 더 이상 현관 앞까지의 신문 배달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얼마 전 오송 내에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전에는 매일 현관 앞까지 신문을 배달받고 있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해당 신문사 구독배달 센터로 전화를 해 이사한 아파트 주소를 알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사한 후에는 현관으로 신문이 배달되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달원이 아파트 1층 우체통에 넣어 두고 가고 있었다. 특별히 비가 많이 오는 날 아니면 현관까지 신문 배달을 받고 있었는데 드디어 7월부터는 현관으로의 신문 배달이 끊기게 된 셈이다.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기 전에 먼저 신문을 읽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세수도 안 하고 잠옷 바람으로 1층까지 내려가 신문을 가져오는 일은 너무나 번거롭고 불편했다. 그래서 신문사 지국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현관까지 배달을 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구독이 어렵다는 의사를 표하자, 지국에서는 오히려 필자의 구독 중단을 반기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현관까지 신문을 배달하느라 말 못 할 고충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장 내일부터 신문을 넣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아침에 읽을거리를 잃어버린 필자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루일과 중 중요한 루틴 하나가 없어진 셈이라 무언가 대체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새벽에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며 현관까지 신문을 배달하는 신문사가 있나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일간 신문사마다 지면 신문을 똑같이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e신문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필자는 큰 화면의 태블릿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PC 없이도 e신문을 무릎에 두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e신문 등 인터넷 지면서비스는 신문사마다 가격, 제공하는 형태, 기능 등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그중 구독 편의성과 가격이 좋은 하나를 선택해 6개월 구독 신청을 했다. 그동안은 종이신문이 주는 장점이 있어 e신문의 존재를 알면서도 종이신문 구독을 선호해 왔는데 막상 태블릿으로 보는 e신문은 종이신문이 갖지 못한 많은 장점이 있었다.

종이신문과 똑같은 크기와 내용이면서도 읽고자 하는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만 확대가 되고 크기 조절이 자유로워 가독성이 좋았다. 사실 종이신문의 기사 내용은 글자의 크기가 작아 시력이 떨어져 노안이 와버린 고령자층에게는 별도의 안경을 사용하지 않고는 신문 기사 읽기가 쉽지 않다. 또 한 가지는 종이 신문을 보면서 맡게 되는 잉크 냄새도 없고 손에 잉크도 묻지 않아서 좋았다. 부수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신문지를 모았다가 수레를 이용해 분리수거로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강제적으로 e신문이라는 달콤한 경험을 한 필자는 이제 종이신문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존 지면을 포기하고 ‘100%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후 6년 연속 흑자 기록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다. 종이 및 인쇄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지털 전환에 뛰어든 인디펜던트의 수익 창출은 국내 종이 신문사들의 성공 참조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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