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이번 여름 파리에 잠시 머문 동안 북쪽 근교 생드니Saint Denis 대성당에 갔다. 생드니 성당 ‘이새의 나무’ 스테인드글라스가 보고 싶어서다. 사실 30년 전 6년 가까이 다녔던 생드니 파리 8대학 바로 가까이에 생드니 대성당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성당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그러다 미학-인문학적 성찰을 해오면서 내 관심에 와 닿는 작품들을 가능하면 하나라도 직접 보고자 하던 중에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여서 직접 가보게 되었다.
1144년에 봉헌된 생드니 성당은 초기 고딕 건축의 첫 번째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원래는 250년 경 파리의 첫 주교이자 프랑스 수호성인인 생드니가 이곳에 묻히자, 성인의 무덤이 곧 예배장소가 되었고 475년 경 처음 이곳에 교회가 세워졌다. 639년 메로빙 왕조의 다고베르 왕부터 카롤링 왕조 왕들과 1824년 카페 왕조의 루이 18세에 이르기까지 43명의 왕과 32명의 왕비, 60명의 왕자와 공주, 약 10명의 왕실 하인의 장례가 치러진 생드니 성당은 다고베르, 페펭, 프랑수아 1세,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를 비롯, 앙리 2세와 카트린 드 메디치 등 왕실 묘실이 있는 프랑스 역사의 요람이다.
현재 생드니 대사원은 쉬제르 사제에 의해 새롭게 건축되어 1144년에 봉헌되었다. 성경과 다양한 저서, 특히 기독교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빛의 형이상학에서 영감을 받은 쉬제르 사제는 신성한 본질인 빛이 바로 하나님 말씀임을 재확인하고 성당 건축에 간단없는 찬란한 빛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도입하여 빛과 신성의 관계를 형상화한다. 이새의 나무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 동쪽 편 칸막이가 없는 7개의 연속적이고 얕은 방사형 예배당chevet에 있는 ‘위로 이어지는’ 스테인드글라스 중 하나로 예수의 성장과정과 나란히 한 쌍을 이루며 그리스도를 통한 구약과 신약의 연결을 묵상하게 한다.
이새의 나무는 이사야 11장 1~2절에 근거해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줄기로 예수의 가계도를 그린 것으로 12~13세기 필사본이나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벽화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생드니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이새의 나무에는 비스듬히 누워 있는 이새의 사타구니에서 줄기가 자라고 그 위에 달리는 열매 자리에 다윗의 계보 중 중요한 왕들의 모습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줄기 안쪽의 수직기둥에서 솟아오르는 작은 거품은 나무의 수액을 상징하여 이새나무가 생기 왕성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새나무 그림에서 나무 가지 정점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가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생드니 성당 이새나무 가지 맨 위 정점에는 예수가 있다. 예수 주위에 그려진 7마리 비둘기는 지혜, 통찰, 의견, 지식, 용기, 공경, 경외의 성령의 7가지 은사를 상징한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의 오른편 하단에는 쉬제르 사제가 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봉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속에 도입된 축소된 자기반영의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는 “물질적인 것을 통해 진리를 향해” 인도하는 아름다움의 극적 형태인 스테인드글라스의 봉헌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