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최선만 농협충북본부 단장
우리의 주식(主食)인 쌀이 최근 농업계에 이슈다. 헌데 슬픈 이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쌀가격 20만원(80kg기준) 지지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현재 약 17만원대로 떨어짐)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정부는 남아도는 쌀에 대한 시장격리에 고민이 커지고 있으며, 농협에서는 RPC에 쌓여있는 쌀 재고 소진을 위해 ‘아침밥 먹기’ 등 전사적으로 쌀소비 촉진운동을 전개 중이다.
사실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수 천년 역사 속에서 쌀이 남아돈 것은 불과 50여 년(1970년대) 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보릿고개’, ‘절량농가’(식량이 떨어져 밥을 먹지 못하는 농가) 등 쌀이 없어 허기졌던 배고픔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쌀이 넘쳐 마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듯해 농협인으로서 씁쓸하다.
왜 쌀이 남을까? 결론은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지만, 소비량이 더 감소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각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988년을 기점으로 전반적으로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0~80년대 최고점인 120kg 이후 현재는 절반인 60kg 이하로 급감했다. 급감의 원인은 먹거리가 풍요로워지고 다양해 지면서 식생활이 변화했고, 특히, 아침밥을 안먹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아침밥을 먹는 사람이 줄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가정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집에서 엄마든 아빠든 할머님이든 누군가가 아침밥을 차려주었고, 아침 일찍 밥상을 차린 성의를 봐서라도 한 숟가락이라도 뜨고 출근이나 등교를 가야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침밥을 차려먹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침밥 관련 최근 충북농협 자체 설문조사에 의하면 약 40%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 ‘수면시간 확보’ 등을 답했다. 적절히 챙겨먹는 아침밥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고, 운동 및 학습능력 향상에도 유익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챙겨먹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아침밥을 ‘안먹는’ 것이 아니라 ‘못먹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지자체, 교육기관, 농협 등을 중심으로 천원의 아침밥, 애들아 아침밥 먹자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침밥을 챙겨주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가정에서 아침밥 먹기가 어렵다면 학교나 기관 등을 통해서라도 아침밥 먹는 식생활을 확대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섬이나 산골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것을 소재로한 예능프로가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임에도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듯이 삼시세끼 제때 잘 챙겨먹는 것은 건강과 행복한 삶의 기본임을 우리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정작 아침밥은 먹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비타민 등 영양제는 꼭꼭 챙겨먹는 것이 과연 진짜 건강챙김일까? 잃어버린 아침밥을 다시금 챙겨먹는 것은 쌀 소비를 넘어 국민건강의 좋은 습관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