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난맥상이 심각하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의료계 대란을 필두로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군부에서부터 갈등과 충돌이 그칠 날이 없다. 가장 엄정한 조직인 군의 난맥상은 목불인견 수준이다. 정보사 여단장과 사령관이 서로를 고소하고, 군무원이 적국에 투입된 휴민트 명단 유출하는 등 비정상적인 군대가 됐다.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광복회장이 "대통령실에 친일파와 밀정들이 우글거린다"는 폭탄 발언을 하고, 대통령이 부인 특검을 놓고 여당 대표와 논쟁을 하는 형국은 정권 지지자까지 등 돌리게 만든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공감된다.
특히 의료대란은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가운데 갈등은 속절없이 확대되고 있다. 연초(2월)에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의료대란은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아 모든 의료현장이 대혼란에 빠져버렸다. 7개월이 지난 지금 전공의들의 복귀는커녕 그들을 말렸던 의대 교수들마저 하나둘 사표를 던지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수술이 시급한 중증환자들과 가족들도 애만 태우고 있다.
새로운 위기도 엄습해 오고 있다. 지방 의료와 필수의료 서비스를 완비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의료개혁이 도리어 지역 의료 체계를 기초부터 무너뜨리는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요즘엔 지방뿐 아니라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없어 응급실에 중증 위급환자가 들어와도 치료받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의사 배출을 늘리면 비인기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대실패로 결론이 났다. 정부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차대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미국과 유럽도 부러워한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신속하고 품격 높은 한국의 의료 서비스 체계가 송두리째 날아갔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 기간 간호협회(간협)와 만나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야당이 지난해 5월 간호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 거부권을 행사해 약속을 져버렸다. 의사들 손을 들어주듯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50만 명이 넘는 전·현직 간호사와 수백만의 그 가족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그들의 꿈을 빼앗았다.
'간호법 제정 공약'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지 간호법 제정을 공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간협에서 결국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꼭 공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약속하면 그것이 공약이다. '공약한 건 아니다'라고 교묘히 말을 바꾸는 건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할 태도다.
의료개혁을 성취하겠다고 한 황금꽃 같은 맹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이득수=서울취재본부장


거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