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여행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설렌다. 그래서 자꾸 가게 되나보다. 얼마 전 퇴직 동기들과 북해도를 다녀왔다. 가까운 이웃나라로 시차에 대한 부담이 없어 좋았다. 치토세공항에 내리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최근에 다녀온 유럽이나 미주지역보다는 웅장하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첫날 꽃밭을 보러갔다. 이곳에 유명한 라벤더를 보고 싶었다. 떠나기 전 성수기가 아니라 기대를 안 했는데 다행히 피어있었다. 꽃을 사진에 담으랴 모두들 분주했다. 꽃은 모두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꽃 관람을 마치고 먹었던 망고 아이스크림은 지금도 생각난다.

이곳 지붕에는 티브이 안테나가 많이 보였다. 여기는 케이블 티브이를 안 본단다.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고 플로피디스켓도 사용한다고 했다. 결재할 때도 사인이 아닌 도장을 사용한다고도 했다. 마치 우리나라 80년대의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또 가정에서는 경유 사용으로 건물마다 환기구가 많이 있었다.

북해도는 산이 많고 공기가 깨끗하여 비 온 후에도 차들이 세차한 것처럼 깨끗하단다. 이곳에는 야구부가 2천여 개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지나가는 하천변에도 야구장들이 많이 보였다.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비싸 열차를 많이 이용한다고도 했다. 이곳에는 들판은 넓은데 일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모두 농기계로 하는 것 같은데 풀 한포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병원이 멀어 치료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지진이 많아 각 기업의 서버를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오키나와에 1서버를, 우리나라 부산에 2서버를 두고 있단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치과가 의외로 많았다. 이유는 유황성분으로 치아가 빨리 상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돈이 없으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비해, 이곳에서는 돈이 없으면 더 절약할 생각을 한단다. 일본은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들은 가난하고 검소하게 산다고 하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현관 앞에 “시내에서 돌아다니며 담배꽁초 버리지 말고, 큰소리로 떠들지 말라”라는 말이 한글로 써있었다. 우리 모두는 그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며 식당을 나왔다.

북해도에는 2천 미터가 넘는 산이 12곳이란다. 우리는 2291m 높이의 대설산을 다녀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중간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니 멀리 대설산 정상의 잔설이 보인다. 시간이 허락하면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지만 일정이 안 되어 많이 아쉬웠다.

4박 5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엄마랑 북해도 갔을 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엄마랑 갔을 때는 12월이라 가는 곳마다 눈 천지였었다. 그때와 겹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처음 가본 곳도 있었다.

호텔 야외온천에서 엄마랑 단둘이 온천욕을 즐기면서 하늘의 별과 간간이 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온천을 즐겼던 그때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아사히 맥주공장에서 엄마와 같이 마셨던 맥주가 생각나기도 했다.

여행하는데 돈 많이 썼다고 속옷 주머니에 꼭 감추었던 봉투를 꺼내 주셨던 우리 엄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17년 전 엄마와 함께했던 여행기 속의 젊은 모녀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엄마가 건강하실 때 함께 여행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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