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한다. 매우 위험스런 상황이 정국을 휩싸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의 인식은 느긋하다. 그것이 더 위험하다. 어느 정권이든 국정의 최종 지향점은 국민일 것인데, 그 국민의 뜻을 도외시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율이 20%로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3%p 하락한 수치다. 이는 취임 후 최저치다. 동시에 부정 평가율은 취임 후 최고치인 70%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2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7.0%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2.9%P 하락한 수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2.6%P 오른 68.7%인 것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2022년 5월 취임 후 최저치, 부정평가는 취임 후 최고치다.
한국갤럽 조사 표본은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통해 무작위 추출됐고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응답이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로, 총 통화 9615명 중 1002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10.4%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2.8%다. 자세한 두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지지율 하락 요인은 의대정원 확대, 경제·민생·물가, 소통 미흡, 독단적·일방적 등이었다. 대통령 임기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이 같이 월등하게 높은 부정적 평가는 국정 수행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10%대 하락할 경우 ‘심리적 탄핵’ 상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
2024년 ‘시사IN’ 신뢰도 조사 결과를 봐도 암울하다. 윤석열 대통령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2.82점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 최저치를 기록했다. 탄핵 국면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6년 조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뢰도는 3.91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가 되도록 이 수치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보수층과 대구·경북 지역, 70대 이상에서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층은 윤 대통령 지지율에 콘크리트 방어를 했다. 그나마 30%대 박스권을 형성한 것도 그들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마저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것이다.
가장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의료개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인기 아닌 역사 남겠다’는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정치가 가져야 할 유연함을 잃은 요지부동의 인식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결단보다 독선으로 받아들여진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다.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10%대로 추락할 경우 국정수행을 추동할 최소한의 동력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따르면 된다. 국정기조가 국민의 뜻과 괴리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다.

